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연구개발(R&D) 과정에서 기존 비만약보다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6일(현지 시각) 글루카콘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비만 치료 후보물질 'PF-0695422′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공식화했다. 화이자는 2023년부터 PF-0695422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갔다.
회사는 "임상 1상 데이터와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번 중단은 간 독성 같은 부작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한국 제품명 마운자로)가 이끌고 있다. 모두 GLP-1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이다. 이 호르몬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돼 췌장에서 인슐린 생산을 늘려 혈당을 낮추고 뇌에서 포만감을 유도한다.
화이자는 앞서 다른 비만 치료제 개발도 잇따라 실패했다. 2023년 말, 먹는 약(경구용)으로 개발해 온 GLP-1 수용체 '로티글리프론'은 임상시험에서 간 효소 수치 상승이 확인돼 개발이 중단됐고, 다른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약 '다누글리프론'도 지난 4월 임상 2b상에서 간 손상 가능성이 확인돼 개발을 멈췄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공식 비만약은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있는 'PF-07976016′만 남았다. 이 치료제는 위 억제 펩타이드(GIP) 의 대사 작용을 차단해 체중 감량, 당 대사 개선 효과를 내는 원리다. GIP는 인슐린 분비와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화이자는 GIP 차단제를 자체 개발 중인 GLP-1 계열 비만약과 병용하는 방법도 기대했으나 GLP-1 계열 약물들의 개발 중단으로 이 구상도 무산됐다.
이날 노보 노디스크도 GLP-1·GIP 이중 작용제로 개발해온 'NNC0519-0130′의 후속 개발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GLP-1·GIP 이중 작용제의 개발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 주 1회 비만 치료제 개발 계획도 철회한 것이다.
앞서 회사는 NNC0519-0130의 임상 2상 시험을 6월에 완료했다. 회사는 "36주 치료 후 체중 감소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며 1차 평가 지표를 달성했지만 포트폴리오 전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약 개발을 중단하며 전략을 수정하는 것은 그만큼 비만약 시장에 열풍을 일으킨 위고비, 젭바운드를 뛰어넘을 획기적인 신약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