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본사. /뉴스1

한미약품그룹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최측근으로 한미약품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온 배인규 고문이 해촉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미약품과 업계에 따르면, 배인규 고문이 지난주 한미약품그룹에서 해촉됐다. 회사는 "해촉은 아니고, 자문 계약 종료"라는 입장이다.

배 전 고문은 최근 한미약품그룹의 인력 감축을 종용하고 연구개발(R&D), 품질관리 등에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4일 조선비즈는 배 전 고문이 직원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을 녹취 음성 파일 보도로 알렸다. 한미약품그룹 경영진은 보도 직후 논의를 진행하고 후속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국 회장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16.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다. 배 전 고문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자동차 변속기 전문 제조사인 현대파워텍 사장을 지냈다. 신동국 회장 추천으로 한미약품에 들어갔다.

지난달 25일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사업사 한미약품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배 전 고문 논란이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는 신동국 회장,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이사진이 참여했다. 이날 김재교 대표 등 이사들은 배 전 고문의 발언 파일을 듣고 큰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은 "배 자문이 한미 합류 초기 제약업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할 때 사심 없이 임직원들과 소통한 내용이 전체 대화의 맥락이 분절돼 알려지면서 오해가 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배 자문이 제약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걸출한 성과를 냈던 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된 발언도 한미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의 고언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미와 배 자문간 관계는 종료됐지만, 한미는 여러 외부의 조언에 귀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자 일가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이후에도 조직 내 파열음이 잇따라 나왔다. 형제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한미그룹 모녀(송영숙·임주현)와 신동국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 등 4자연합 간 균열 가능성도 시장에서 제기돼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신 회장을 제외한 4자 연합 측이 최근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며 자산 약 220억원을 가압류했다는 말이 나왔다. 신 회장이 보유한 12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시세 100억원대 부동산 한남더힐(전용면적 233㎡)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약품 지분을 바탕으로 약 197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양정밀 법인 명의로 197억 5340만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EB의 교환 대상은 신 회장과 한양정밀이 보유한 한미약품 주식으로, 행사 가격은 34만 9000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