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 중인 새로운 황반변성 치료 물질 연구 성과를 묘사한 이미지./KIST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기업들이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특허 소송으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 오는 11월 유럽에서 아일리아의 주요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이 각각 지난해 11월, 올해 2월 유럽 의약품청(EMA) 최종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삼천당제약(000250), 알테오젠(196170)도 EMA 산하 약물사용 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최근 잇따라 품목허가 긍정 의견을 받았다.

CHMP의 의견은 최종 허가 직전 단계로, 통상 2~3개월 내에 공식 결정이 내려진다. 네 기업 모두 유럽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시신경이 밀집한 황반이 노화로 손상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아일리아는 미국 리제네론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로, 2023년 기준 전 세계 매출이 약 13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은 약 6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2023년 1월 아일리아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미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인 '오퓨비즈'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2023년 '아이덴젤트'의 FDA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그래픽=정서희

그러나 두 기업 모두 미국 시장 진출에는 제동이 걸렸다. 아일리아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리제네론이 '865 특허'를 근거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특허는 고농도 주사제 제형에 대한 것으로, 2027년 6월까지 유효하다. 리제네론은 해당 특허가 바이오시밀러 제형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미국 항소법원은 이들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고 기각했다.

국내 기업들은 고심에 빠졌다. 이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기다리면 미국 암젠을 비롯한 경쟁 제약사들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 암젠은 자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파블루'에 완충제를 제거한 제형을 적용해 특허 회피에 성공했다.

국내사들은 리제네론과의 조기 합의를 모색하는 한편, 유럽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특허 소송 리스크가 크고 출시 시점도 불확실한 반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유럽 시장부터 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