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활용 모습. /뷰노

의료용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실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의료 AI 기업들은 기술과 성장 잠재력만으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자금을 조달했다면, 이젠 실제 상업적 성과가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평가의 주요 잣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의료 AI 기업들은 기술뿐 아니라 영업·마케팅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외 의료 AI 기업들은 딥러닝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예측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해 시장에 진출했다. 딥러닝은 AI가 대규모 정보를 학습해 스스로 패턴을 파악하는 기계학습법이다. 업계에선 올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흑자 달성이 가장 빠를 것으로 점쳐지는 회사는 뷰노(338220)다.

2014년 설립된 뷰노는 2018년 국내 최초로 AI 기반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 2023년부터 매분기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뷰노 매출은 94억원, 영업이익은 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매출액은 46.8%, 영업이익은 88.5%나 개선된 수치다. 실현 시 첫 분기 흑자 달성이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AI로 흉부 X선 영상을 판독하고 심정지 발생 위험을 감시하는 제품들이다. 뇌 정량화 AI 의료기기와 안저영상 진단 보조 AI '뷰노메드 펀더스AI', 뼈 나이를 진단하는 AI 기기도 있다.

실적 추이를 보면 내수와 수출 실적이 모두 동반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내수 비중이 훨씬 크다. 회사 측은 "영업 조직을 통한 직접 판매와 대리점을 통한 간접 판매를 병행해 효율적으로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병동에서 입원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24시간 내 심정지 발생을 예측하는 뷰노메드 딥카스의 경우 현재 국내 의료기관 약 120곳, 6만2000병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노리고 있다.

템퍼스AI의 생성형 AI 기반 의료 데이터 분석 지원 플랫폼. /템퍼스AI홈페이지

뷰노와 함께 국내 1세대 AI기업으로 꼽히는 루닛(328130)은 분기 기준으로 내년 4분기에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닛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2억 300만원을 달성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3.6%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1분기 20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적자 규모가 61% 늘었다. 외형 확대를 위한 투자와 운영자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루닛도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있다. 회사에 따르면 루닛의 AI 영상진단 솔루션을 도입한 의료기관 수가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1만곳을 돌파했다. 이는 루닛 제품을 도입한 의료기관 6500곳과 지난해 5월 자회사로 편입한 호주 볼파라 헬스(Volpara Health) 제품을 도입한 의료기관 3500곳을 합한 수치다. 회사 측은 "전체 도입 의료기관 중 90% 이상은 해외 고객이었으며, 지역별로는 미국,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유럽,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순"이라고 설명했다.

루닛은 지난 2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진단용 의료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은 기존에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력하며 하드웨어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면, 이제는 MS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재편하고 있다"며 "루닛과 MS가 개발하는 AI 솔루션을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에 탑재해 해외 시장에 유통하는 형태라 신제품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나스닥 상장 기업 템퍼스AI(Tempus AI)가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75% 늘어 2억557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6800만 달러 규모로, 적자 폭이 감소했다. 템퍼스 AI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12억5000만 달러로 제시했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사업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처음엔 AI 기반 유전체 분석과 임상 데이터 통합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AI 기반 진단 보조 플랫폼과 심방세동 예측 솔루션, 환자 전용 모바일 앱을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해 11월엔 유전체 판독 회사 앰브리 제네틱스(Ambry Genetics Corporation)를 6억달러 규모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 AI 기반 임상시험 환자 매칭 플랫폼 개발 회사 딥6AI(Deep 6 AI)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템퍼스AI가 토탈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