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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의료기기 기업들이 잇달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고 있다. 주가지수가 반등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자 회사 운영 자금과 연구개발(R&D)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이다. 상장 폐지 위험에 처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도 자금 확보전에 나섰다.

17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더바이오메드, 아이오바이오(447690), 로킷헬스케어(376900)가 잇따라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각각 밝혔다.

진단기기 회사인 더바이오메드는 지난 11일 채무상환자금을 조달을 위해 미코그룹을 대상으로 24억원 규모의 제10회차 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제11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도 결정했다고 별도 공시했다.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CB는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게 발행되는 채권으로, 양도가 자유롭고 이자가 없다.

재생치료 전문 기업인 로킷헬스케어는 16일 3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조달된 자금을 연골·신장 재생 관련 글로벌 임상시험 확대와 전략적 제휴, 타법인 지분 인수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회사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도 현재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CB 발행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도 CB 발행 결정이 잇달았다. 의료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인 제이엘케이(322510)는 지난달 30일 119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당시 회사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허가를 확대하고, 제품을 고도화와 병원 연동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약 개발 기업 보로노이(310210)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5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유상증자 바람도 이어지고 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약 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20일 미국 파라택시스홀딩스 계열사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 1호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50억원 규모 CB 발행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부광약품(003000)도 유상증자를 했다. 지난 16일 모회사 #OCI홀딩스##가 268억원을 출자해 부광약품의 주식 907만4697주를 취득했다. 부광약품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 중 기존 제조 설비 확장과 설비 도입, 설비 신규 취득 등에 845억원을 사용하고 R&D 운영자금 목적으로 15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7월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유상증자와 CB 발행이 잇따르는 배경으로 우선 국내 증시의 회복 조짐을 지목했다. 증시가 상승하면 주식시장에 자금이 많이 몰려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더 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지난 14일 코스피 지수는 2021년 9월 이후 3년 10개월만에 3200선을 회복했다. 지난 15일 코스닥 지수는 800선을 회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 주가가 낮아 주식 발행에 따른 희석 부담이 커져 유상증자나 CB 발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증시 회복기엔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의 CB·유상증자 참여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도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나선 원인으로 꼽힌다. 법차손 요건에 따라 관리 종목 유예 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상장 폐지 벼랑 끝에 몰린 회사들이 유상증자나 CB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해 위험을 관리하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상장 연도를 포함해 3개 사업연도까지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2022년 상장한 기업은 올해부터 법차손 관련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적용받는다. 이에 자금을 끌어들여 미리 법차손 비율을 관리하려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비하면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에 유리해진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바이오 업종 안에서도 유망한 플랫폼 기술이나 항체 치료제 분야로 투자 수요가 쏠리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로부터 신뢰가 약하거나 재무 체력이 약한 기업은 어려움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