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샤프(Kevin Sharp)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기자들과 만나 "항체약물접합체(ADC) 역량을 토대로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접합체(AOC) 영역에서도 핵심 기술을 확보해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식적으로 AOC를 사업영역으로 언급한 건 이번 행사가 처음이다. AOC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부터 진출한 ADC를 발전시킨 기술이다. ADC가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에만 전달한다면, AOC는 항체에 약물 대신 유전자 조절 물질을 붙인 것이다.
◇유전자 치료제 나르는 드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도 AOC 시장에 주목했다. 이미 론자는 AOC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우시는 AOC 치료제 설계와 분석, 생산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ADC와 AOC는 둘 다 항체 기반 치료 기술이다. ADC는 항체에 독성 약물을 붙여 암세포만 골라 죽이고, AOC는 항체에 유전자 조절 물질을 붙여 특정 세포의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ADC가 암세포만 골라 파괴한다는 점에서 유도 미사일이라면, AOC는 유전자 치료제를 목표 지점에 정확히 배달하는 드론이라고 볼 수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DNA 유전정보는 필요한 부분만 메신저리보핵산(mRNA)으로 옮겨져 생명 현상을 좌우할 다양한 단백질을 만든다. 이때 길이가 짧은 RNA는 다른 mRNA에 달라붙어 단백질 합성을 차단한다. AOC는 이런 RNA를 합성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세포에 전달한다.
기존 RNA 치료제도 작용 원리가 같지만 표적 세포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병에 걸린 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유전자까지 조절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AOC는 암세포만 찾는 ADC처럼 유전자를 조절해야 할 세포에만 결합하는 항체가 있어 그런 문제가 없다.
◇2030년 7조원 시장 두고 선점 경쟁
현재 상용화된 AOC 치료제는 없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보고 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AO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아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가 1형 근위축성 이영양증(DM1) AOC 치료제로 개발 중인 'AOC1001′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단계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혁신 치료제로 지정했다.
근위축성 이영양증은 근육이 점차 위축되고 약해지는 유전 질환이다. 미국 다인 테라퓨틱스(Dyne Therapeutics)가 DM1 치료제로 개발 중인 AOC 신약 후보 물질 DYNE-101도 지난 17일 미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지정받았다.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희소질환 치료제인만큼 신속 심사 제도를 통해 조기 승인이 가능하다. 이 경우, 이르면 1~2년 내 FDA 정식 승인을 받은 AOC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 생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우시 같은 CDMO가 맡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360i리서치가 이달 낸 보고서에 따르면 AOC 시장 규모는 2024년 31억 5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8.89% 성장해 2030년까지 52억 6000만달러(약 7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상용화 제품은 없지만 이미 AOC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시험, CDMO 공정 개발 등에 큰 자본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