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에 이어 BCI 임상시험에 진입한 세계 두 번째 사례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즈는 "중국과학원 뇌과학·지능기술 우수센터(CEBSIT) 연구진이 중국 최초로 뇌에 칩을 이식하는 BCI 임상시험을 진행해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BCI는 사람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신경신호를 포착하고 분석해 컴퓨터와 같은 외부 장치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생각을 컴퓨터로 옮겨 음성이나 문자, 기계 동작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CEBSIT는 미국 뉴럴링크처럼 BCI 장치를 통해 언어·운동 기능 상실을 보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지금까지 전신 마비 환자 5명의 뇌에 '텔레파시(Telepathy)'라는 전극(전자 칩)을 이식했다.
앞서 CEBSIT는 지난 3월 팔·다리를 모두 잃은 환자에 중국 최초의 무선 BCI 시스템을 이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13년 전 사고를 당했던 환자는 2~3주간 훈련 후 생각만으로 전자기기를 제어하고, 레이싱 게임, 체스 같은 프로그램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감염이나 기기 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 중이다.
CEBSIT이 환자 뇌에 이식한 BCI 전극은 지름 26㎜, 두께 6㎜ 미만으로, 현재 개발되고 있는 기기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의 전극과 비교하면 7분의 1 정도이며, 유연성은 100배 이상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신경 전극의 크기가 작을수록 면역세포가 이물질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해 뇌 조직의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연한 신경 전극은 굴곡진 뇌 표면에 밀착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많은 신경신호를 수집할 수 있다.
CEBSIT 연구진은 설치류와 영장류, 뇌사자의 뇌에 BCI 전극을 장기간 이식해 안정적으로 뇌 신호를 기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동안 BCI 기술은 생체조직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뇌 표면과 밀착하지 못해 신경신호 수집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이런 문제를 극복할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시용용(Yongyong Shi) CEBSIT 부국장은 "BCI 기술은 뇌와 외부 세계 사이에 직접적인 통신·제어 연결을 설정한다"며 "이는 뇌의 정보 처리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창일 뿐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고 차세대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 방식을 탐구하기 위한 유망한 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개발 중인 BCI 시스템은 2028년까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뇌 신호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해줘, 전신 마비 환자나 양팔을 잃은 사람,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환자처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규제당국은 이미 BCI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중국 국가보건안전국(HSA)은 지난 3월 신경의학 서비스 가격 수립 지침을 통해, BCI 전극 이식과 제거 비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BCI 기술이 아직 초기 임상시험 단계임에도 중국은 이미 서비스 가격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