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 기업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가 파산한 유전자 분석업체 23앤드미(23andMe)를 2억5600만달러(한화 약 3560억원)에 인수한다고 19일(현지 시각) 밝혔다.
2006년 설립된 23앤드미는 타액을 용기에 담아 보내면 암·당뇨·파킨슨병 등의 발병 위험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미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2021년 시가총액이 60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 달했을 정도로 시장에서 빠르게 부상했으나 사업이 부진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년 12월 해킹 사고로 69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시장의 신뢰도 잃었다. 이후 올해 3월 23앤드미 창업자인 앤 워치츠키가 대표직에서 사임했고, 회사는 파산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23앤드미를 인수한 리제네론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공동 개발한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프랑스 사노피와 공동 개발한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 등 블록버스터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42억달러(19조7550억원)였다. 여러 질환을 표적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도 연구·개발 중이다.
리제네론이 인수하는 23앤드미 자산은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헬스케어·연구사업부, 관련 바이오뱅크 등이다. 23앤드미의 원격의료 자회사 레모네이드헬스는 인수 목록에서 제외됐다. 인수 거래는 법원과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3분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리제네론은 방대한 유전정보를 자사 유전체 기반 신약 개발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가 완료되면 23앤드미는 리제네론 밑에서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리제네론이 23앤드미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시장에서 어떻게 살릴지도 주목된다. 23앤드미는 조상을 찾는 유전자 혈통 검사 키트를 판매했다. 다인종·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조상을 찾는 검사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중장기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번 유전자 검사를 하면 다시 할 이유가 없다 보니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게 파산 주요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한편, 리제네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줄어 30억달러(약 4조1721억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