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선 후보들에게 산업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업계는 신약 연구개발(R&D) 생태계 조성과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 투자 등 적극적인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책과 투자 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거에는 대선 주자들이 산업계 의견을 듣고 공약집에 반영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조기 대선으로 공약을 조율할 시간이 촉박했고, 각 후보가 보건·복지 정책 공약을 앞세우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이 뒤로 순위가 밀렸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계가 직접 목소리를 냈다.

◇R&D 예산 기업 지원 확대해야

제약사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9일 발간한 28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10대 정책을 제안했다. 10대 정책은 신약 개발 혁신 성장 생태계 구축,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지원, 예측할 수 있는 약가 정책 수립 등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협회는 정부 R&D 예산의 기업 지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신약 개발·상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임상 2·3상과 글로벌 진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 R&D 예산이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 집중돼 있는 구조인데, 후기 단계를 지원해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약품(128940) 부회장을 역임한 이관순 지아이디파트너스 대표이사는 "글로벌 신약 개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면서 "신약 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전략을 실행하고 제도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바이오헬스 투자 규모는 연간 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지만,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중은 2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형 ARPA-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사업을 확대 추진하자는 제안도 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국방부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를 모방해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해 ARPA-H를 출범시켰다. K-헬스미래추진단이 출범해 한국형 ARPA-H 사업을 이끌고 있으나 출범 1년 만에 예산이 삭감된 상황이다.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 인프라와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AI 신약개발 기술이 미국의 74% 수준으로, 약 5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협회는 국가 차원에서 연합 학습을 확장하고 합력하는 '협력형 AI 신약개발 가속화 사업(AIDA)'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국산 신약.(위부터)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 한미약품이 개발한 롤론티스, HK이노엔이 개발한 케이캡, 대웅제약이 개발한 나보타. /각사

◇투자 시장 가뭄에 바이오 벤처 고사 위기

바이오 기업 중심의 한국바이오협회는 '투자 시장 활성화'가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메가펀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기업의 바이오 벤처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할 것도 촉구했다. 바이오협회는 스타트업 투자 펀드 조성, 법인세 비용 차감 전 당기순손실(법차손) 규제 손질을 제안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헬스 벤처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200억~300억 원 규모의 소규모 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벤처 스타트업으로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바이오 기업에 대한 법차손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법차손이 발생하거나 자본잠식률 50% 초과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신약 R&D를 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법차손 요건 때문에 주식, 부동산을 팔고 베이커리 사업을 하거나 버섯 농장을 인수하는 일이 생기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