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벡사트(Vaxart)는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경구용(먹는) 백신의 임상 2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인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매년 전 세계에서 7억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고 20만명이 숨지지만, 지금까지 예방 백신이 없었다.

미국 바이오기업 벡사트(Vaxart)는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경구용(먹는) 백신의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노로바이러스는 음식물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돼 위장염을 일으킨다. 섭씨 영하 2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아 겨울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설사, 구토, 복통, 발열 등이 주요 증상이며, 소량의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나이와 상관없이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다. 국내에서도 지난 1~2월 감염 환자가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는 매년 7억명이 감염되지만 아직 백신 하나 개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 배양이 어려울 뿐 아니라 유전형이 많고 돌연변이도 빨라 백신 개발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 지난 2월 가장 기대를 모은 미국 모더나의 백신도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시험을 강제 중단했다.

벡사트의 경구용 백신은 지난 3월 임상 1상 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벡사트는 가장 흔한 GⅠ.1 유전자형 노로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인체에 해가 없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전달체)에 넣어 먹는 백신 후보물질 'VXA-G1.1-NN'을 개발했다. 백신을 투여하면 소장에서 노로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나와 항원 단백질을 만들고, 인체가 그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드는 면역 반응이 유도된다.

연구진은 경구용 백신 투약군(86명)과 위약군(79명) 두 그룹으로 나눠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했다. 위약으로는 사노피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플루존(Fluzone)'이 사용됐다. 28일 뒤 참가자들에게 가장 흔한 노로바이러스 GⅠ.1을 투여했다.

경구용 백신은 위약보다 30% 더 감염 예방 효과가 높았다. 시험 결과, 경구용 백신을 투약받은 참가자 그룹은 57.1%, 위약군은 81.5%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면서 급성 위장염(AGE) 증상도 없는 참가자 비율도 경구용 백신 투약군에서 34.2%, 위약군에서 15.3%로 나타났다.

백신은 노로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높이면서 바이러스는 줄였다. 연구진은 접종 전과 접종 후 단계별로 참가자들의 콧물, 타액, 혈청, 분변 등 샘플을 채취해 항체 활성을 평가했다. 접종 28일 뒤 참가자들의 혈청에서 면역글로불린 G(IgG)를 비롯해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경구용 백신 투여군의 IgG 수치는 위약군보다 8.76배 높았다. 백신 투여 후 샘플에서 발견된 노로바이러스량도 경구용 백신 투여군에서 더 적었다.

연구진은 "경구용 노로바이러스 백신이 비강 점막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구용 노로바이러스 백신으로서 잠재력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백신 접종 후 일주일간 VXA-G1.1-NN 투약군의 58.1%에서 이상 반응이 보고됐지만, 대부분 무기력감, 권태감 등 경증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벡사트의 베카 플리터(Becca Flitter) 면역학 총괄은 "VXA-G1.1-NN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정제로 제조돼 백신을 투여하기 위한 전문 인프라나 숙련된 의사의 필요성을 줄였으며, 신속한 배포가 용이하다"며 "경구용 백신의 효과는 물론 안전성과 항체·면역 지표도 충족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임상 3상은 바이러스 접종 후 감염률을 비교하는 평가 대신, 면역지표를 활용한 효능 평가 방식으로 효과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세대 경구용 백신 개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에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경구용 백신은 GⅠ.1 노로바이러스 한 종류만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벡사트는 GⅠ.1와 GⅡ.4 유형에 대응하는 2가 백신도 개발 중이다.

참고 자료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s0556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s8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