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로이터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과학 분야 치료제 연구·개발(R&D)을 철수하고, 비만과 면역학 분야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AZ는 29일(현지 시각)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경과학 전체를 철수하고, 대신 비만, 이상지질혈증, 호흡기·면역질환 등 핵심 치료 영역에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AZ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 후보물질인 'MEDI1814'와 편두통 치료 항체 후보물질인 'MEDI0618'의 개발을 중단했다.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AZ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모든 분야에 투자할 수 없다"며 "중추신경계(CNS) 분야는 보다 전문화된 기업이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AZ는 중국 에코진(Eccogene)과 먹는 비만 치료제도 개발 중인데, 이번 발표는 개발 성공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곳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현재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미국 일라이 릴리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양강 구도로, 출시돼 있는 제품은 모두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주사제다. 주사제는 환자가 직접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면 환자 편의성이 커져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주사형 치료제에 비해 대량 생산이 용이해 약값도 낮출 수 있다. 기존 비만약 펜 주사기는 일반 주사기보다 단가가 10배 이상 높다.

AZ는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 후보물질 'AZD5004'를 단독 요법으로 개발하면서 기존 저분자 화합물과의 병용요법으로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경구용 고지혈증 치료 후보물질 'AZD0780'의 임상 2b상 시함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이를 바탕으로 3건의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타그리소'. /한국아스트라제네카

AZ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35억8800만달러(약 19조48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고정환율 기준 10% 늘었다​. 같은 기간 조정 주당 순이익(EPS)은 21% 증가한 2.49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 기대치136억8000만달러(약 19조6100억원)에는 못 미쳤다.

부문별로 보면, 항암제 부문 매출은56억4300만달러(약 8조9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심혈관·신진대사·호흡기질환 치료용 바이오 의약품 부문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56억3100만달러(약 8조700억원)를 기록했다. 희소질환 치료제 매출액은 20억4200만달러(약 2조9200억원)다.

아라드하나 사린(AradhanaaSarinn) AZ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미국 내 제품 대부분이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AZ는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R&D 시설과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35억달러(약 5조170억원)를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