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나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최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제약사·보험사 등과 손을 잡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성장 한계에 이르자 사업 다각화와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이다.
◇넛지헬스케어 "정신건강 시장으로 확장"
사업 다각화에 나선 기업들은 면면이 모두 이 분야 선두 주자들이다. 넛지헬스케어는 2017년 돈 버는 만보기앱 캐시워크를 출시해 국내 잠금 화면 시장 1위 앱(app, 응용프로그램)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작년 기준 180만 누적 다운로드를 달성한 국내 최대 혈당 플랫폼 기업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카카오(035720)에서 사내독립한 지 4년 됐다.
넛지헬스케어는 지난 14일 "최근 심리상담 플랫폼 '트로스트'를 인수해 서비스 통합 작업을 하고 있고, 코스닥 온라인 광고회사 '엔비티(NBT)'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넛지헬스케어는 의사인 나승균 대표가 개발자 출신 박정신 대표와 2016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만보기를 휴대폰 잠금화면에 최초로 도입했다. 올해 2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수 2400만명, 일간 활성 사용자(DAU) 370만명에 달한다.
앞서 넛지헬스케어는 지난해 직장인 지원프로그램 전문 기업 다인을 인수했는데, 올해 회사 2곳을 더 품는 것이다. 외부 회사를 사들여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M&A 대상인 트로스트는 넛지헬스케어 자회사 다인을 통해, 엔비티는 또 다른 100% 자회사 모멘토를 통해 각각 인수하는 방식이다. 다인은 기업·기관을 상대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회사이고, 트로스트는 개인을 상대로 심리 상담·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다.
넛지헬스케어는 이들 회사 인수를 통해 정신건강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계획이다. 박정신 넛지헬스케어 대표는 "트로스트 인수를 통해 신체와 정신을 아우르는 통합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걷기 앱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정신건강 영역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넛지헬스케어의 연 매출은 2022년 790억원 2023년 1056억원, 2024년 1180억원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성장 폭은 11.7%로, 전년 매출 증가율 33%보다 둔화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2024년 약 28억8007만원으로, 전년 125억1073만원보다 약 77% 줄었다.
불안과 우울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신건강 서비스 사업이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도 깔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약 87만명이던 우울증 환자 수가 2023년 약 109만명으로 25% 증가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청년층 환자가 급증했다. 0~9세 우울증 환자는 같은 기간 79.9% 늘었고, 30~39세 환자는 53.5%, 10~19세 환자는 52% 늘었다.
◇디지털 혈당 관리 회사들, 수익성 악화 극복
당뇨·혈당 관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닥터다이어리와 카카오헬스케어는 각각 여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있지만 수익성이 악화하며 적자 폭이 커졌다. 이에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고 사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협업·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닥터다이어리는 14일 삼성전자(005930)와의 협업해 혈당관리 특화 스마트폰 패키지 '마이헬스폰'을 출시했다. '마이헬스폰'은 갤럭시 S25 시리즈를 기반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인 맞춤형 코칭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이 회사는 지난달 제약사 한독(002390)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독과 함께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뇨·비만 관리 앱을 운영 중인 닥터다이어리가 코칭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 코칭 앱 운영, 관리 등을 담당하고, 한독이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케팅·판매 활동을 하는 식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2월 혈당관리 앱 '파스타(PASTA)'를 출시했다. 지난달 31일 건강기능식품 회사 에이치피오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협업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오는 17일까지 AK 플라자 분당점에서 에이치피오 건기식 브랜드 덴프스와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운영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보험사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닥터다이어리는 작년 12월 보험사 현대해상(001450)과 협약을 맺고, 보험고객 중 혈당 관리가 필요한 임신성 당뇨인 75명을 대상으로 닥터다이어리가 개발한 체중 관리 프로그램 글루어트를 제공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카카오헬스케어도 지난달 보험사 AIA생명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닥터다이어리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42.6% 늘어 약 14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 순손실은 약 48억원으로 전년보다 손실 규모가 5.5% 커졌다. 카카오헬스케어도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166.2% 늘어 약 119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146.5% 증가한 545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서비스 확대와 해외 진출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닥터다이어리의 경우, 당뇨에서 혈당·고혈압에 이어 비만·체중 관리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카카오헬스케어도 당뇨에 이어 비만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올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일본 대형 제약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과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