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가 4월 9일 온라인 기업간담회에서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의 최근 GSK에 기술 이전 의미와 사업화 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유튜브 영상 캡처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뇌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반 기술을 4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데 이어 이중항체 기술과 담도암 신약후보물질 등에서 추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9일 오전 회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회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애널리스트,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간담회도 열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7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단기 마일스톤 1480억원을 포함해 최대 4조 1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알테오젠이 2020년 미국 머크(MSD)와 체결한 4조70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중 두 번째로 큰 거래다.

그랩바디-B는 혈뇌장벽(血腦障壁)을 통과해 약물을 뇌로 전달하는 셔틀 기술이다. 산소나 영양분은 혈관에서 뇌로 가지만, 그보다 큰 단백질은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에 막혀 뇌로 가지 못한다. 혈뇌장벽은 뇌를 외부에서 온 이물질로부터 보호하지만, 항체 같은 단백질 치료제가 뇌로 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대표는 "그랩바디-B와 함께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개발 플랫폼 '그랩바디-T',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 'ABL001(토베시미그)′ 등 핵심 4가지 기술을 통해 기업 가치를 계속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중항체는 한 개의 항원을 인식하는 단일항체와 달리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공략한다. 이중으로 공격하는 만큼 항암 효과가 더 높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이 대표는 자사 혈뇌장벽 셔틀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같은 기술을 가진 경쟁사는 여럿 있다. 스위스 로슈와 미국 제넨텍, 존슨앤드존슨(J&J), 바이오젠이 사들인 드날리 등이다. 이 대표는 "이번 GSK와의 기술 이전 계약이 직간접적으로 가장 좋은 혈뇌장벽 셔틀임을 증명하는 기회가 됐다"면서 "다른 회사들이 갖고 있는 기술 적용 데이터와 개발 현황을 봤을 때 그랩바디-B가 혈뇌장벽 셔틀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체, 메신저리보핵산(mRNA),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약물전달기술)로 그랩바디-B의 적용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며 "치매를 비롯한 여러 뇌 질환 등으로 확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베타, p-타우 등 타깃을 세분화해 기술이전 기회를 높이겠다"고 했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다.

이 대표는 그랩바디-B와 함께 담도암 신약 ABL001, 이중항체 ADC 개발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ADC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ABL206을 비롯한 검증된 항체를 활용해 이중항체 ADC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ABL001은 이중항체 신약으로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전이성·재발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BL001 글로벌 임상 2/3상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담도암은 치료제가 적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라며 "내년에는 ABL001이 담도암 2차 치료제로서 승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