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베트남 티엔장성 고콩시티의 중선파마-GS25 매장 1호점 개소식. /동화약품

국내 제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건기식)·화장품 유통망을 다각화하고 있다. 약국과 TV홈쇼핑, 온라인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20·30세대들이 즐겨 찾는 저가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 건강·미용제품 전문점 CJ올리브영, 편의점 GS25·CU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소비층 확대와 매출 증대를 노리는 것이다.

◇베트남에 편의점-약국 숍인숍 첫 입점

제약사들은 국내 편의점에 가정용 상비약을 진출시킨 데 이어 해외 편의점도 공략하고 있다. 동화약품(000020)의 베트남 약국체인인 중선파마는 편의점 GS25와 협력해 지난 10일 티엔장성 고콩시티에서 베트남 최초의 '편의점-약국 숍인숍(shop in shop, 매장 내 매장)'을 열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동화약품의 의약외품 '까스활(活)'과 음료 '홍삼 골드', 글루코사민과 비타민, 칼슘보충제, 면역강화제품, 콜라겐 등 건강기능식품이다.

동화약품은 2023년 8월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 기업인 중선파마를 인수해 동남아시아 제약·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200번째 지점을 열며 베트남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베트남 GS25 편의점에 숍인숍 형태로 약국을 입점한 것이다. 중선파마와 GS25는 올해 베트남 주요 도시에 10개 이상의 숍인숍 약국을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노웅호 동화약품 베트남 법인장은 "GS25 베트남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 매장은 헬스케어와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유통 트렌드에 발맞춘 사례"라며 "베트남 고객은 필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더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래버레이션은 서로 다른 기업 또는 브랜드가 함께 공동 작업이나 합작, 협력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국내 편의점엔 제약사 건기식 전용 진열대

동아제약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를 일반식품을 판매할 유통망으로 택했다. 앞서 지난 1월 동아제약은 써큐란 아르기닌 6000을 CU편의점에 단독 출시했고, 이달 들어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 건기식과 주성분은 같으나 함량, 일부 성분 등을 다르게 해 편의점용으로 출시한 것이다.

아예 제약사들이 편의점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주로 수요가 많은 유산균이나 피로 회복 기능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종근당건강은 GS25를 통해 '마시는 락토핏 유산균'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GS25가 종근당건강에 제안해 만든 것이다. 삼진제약(005500)의 건기식 브랜드 위시헬씨도 액상 마그네슘, 밀크시슬, 비타민미네랄 9종과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 아르기닌, 과라나가 함유된 '하루엔진 마그 부스터샷'을 GS25 판매용으로 출시했다.

제약사와 유통업체 간 협력이 활발해진 것은 서로 매출 증대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CU에 따르면 작년 유한양행(000100), 종근당(185750) 등 제약사들과 함께 내놓은 여러 이중(二重) 제형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건기식 매출이 1년 만에 137%나 뛰었다. 알약과 액상제가 함께 들어있는 비타민 같은 제품이다. CU는 작년 10월 전국 매장 3000점을 건기식 진열 강화점으로 선정하고 전용 진열대와 건기식 상품 40여종을 도입했다.

종근당에 따르면 종근당건강의 스킨케어(피부기초화장품) 브랜드 '클리덤'은 지난해 12월 다이소에 입점했는데, 약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5만개를 돌파했다. 출시 10일 만에 '탄력 실타래 크림', '미스트 앰플', '아이 마사지 앰플', '탱글 립 세럼'이 다이소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다 팔렸다. '팔자주름 앰플', '탄력 마스크'도 동났다. 대웅제약(069620), 일양약품(007570), 종근당건강은 다이소 매장에서 임시 매대를 운영한 뒤 본격적으로 건기식 판매에 나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다이소 매봉역 뷰티 코너. /다이소

◇마케팅 극대화…약국 반발 부르기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면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 해외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중에게 덜 알려진 신규 브랜드일수록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한 브랜드 홍보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면 입소문을 통한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병원그룹도 의료정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하면서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차병원그룹 산하 차종합연구원을 통해 여성 건기식을 개발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의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은 13일 CJ올리브영과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기관은 올리브영의 온라인몰과 공식 소셜미디어(SNS)에서 차병원의 의료·건강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올리브영은 고객 중 2030 여성 비중이 크고, 차병원은 임신·출산과 여성 질환에 특화된 종합병원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의약품 외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유통망 다각화도 기존 제약산업 틀을 넘어 온·오프라인에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접점을 늘려 회사의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유통망 다각화는 기존 판매 거점인 약국에서는 큰 반발에 부딪혔다. 일양약품은 비타민씨(C)츄어블정, 쏘팔메토아연 등 건강기능식품 9종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 다이소 철수를 결정했다. 저렴한 다이소용 건기식이 약국이 그간 폭리를 취해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약사들이 반발한 탓이다.

소비자들은 약사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가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가 있다"며 "특정 단체의 압력으로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성명을 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에 조사관을 파견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