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영·유아용 예방항체마저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백신은 인체에서 항체를 만들도록 면역반응을 유도하지만 예방항체는 바로 인체에 들어가 일시적으로 감염 예방 효과를 내는 의약품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RSV 감염증 예방항체 주사제 '시나지스주사액(성분명 팔리비주맙)'을 공급부족 의약품으로 신고했다.
시나지스는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와 기관지, 심장질환 등으로 RSV 감염 시 위험성이 큰 2세 이하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RSV 감염증 예방항체다. RSV 감염증 유행이 시작하기 전 가을부터 접종을 시작해 매달 1회씩 총 5회 접종할 수 있다. 시나지스는 접종 후 한 달간 RSV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RSV는 일반적인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성인은 감기와 비슷하게 가벼운 증상을 나타내며, 1~2주 이내로 자연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층에선 폐렴을 유발하기도 한다. 늦가을과 겨울철 호흡기 질환 입원 영유아 환자는 대부분 RSV 감염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RSV 감염증 환자는 지난해 10월 21일(43주 차)부터 10주간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초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많다. RSV 감염증 환자 수가 늘면서 예방항체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일부터 시나지스의 공급 부족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시나지스의 공급 부족은 국내외에서 RSV 감염증 유행이 빠르게 확산 중인 탓이다. 미국에서는 독감(인플루엔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RSV 감염증에 더해 노로바이러스까지 확산하면서 네 가지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는 '쿼드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지난달 28일 '질병 위협 보고서'를 내고 "이번 겨울 RSV 감염증 환자는 최근 5년 중 두 번째로 많다"며 "2월 이후 소폭 감소하고 있으나, 독감과 RSV 감염증이 동시 유행하면서 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시나지스 공급 부족으로 영·유아 환자들의 입원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RSV 예방 백신 '아렉스비'가 지난해 12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접종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나지스와 함께 사노피의 예방항체 '베이포투스'만 접종 가능하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식품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3~4월 공급 부족으로 인해 5회 접종을 받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입원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특히 고위험군 소아가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공고했다.
시나지스의 공급 재개는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국내 출하 시험 일정과 수입 일자를 조율해 공급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며 "공급 정상화 예상 일자는 5월 28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