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3월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점쳐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주요 임상시험 성적표를 공개한다. 각 기업이 주력하는 신약의 후속 결과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겠지만 실패하면 해외 협력사를 잃고 재기하기 힘들 수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대기업인 SK바이오팜(326030)과 전통제약사 매출 1위 유한양행(000100),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196170)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임상시험 결과가 잇따라 발표된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SUNOSI·성분명 솔리암페톨)'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주요우울장애(MMD) 관련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수노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수치를 높여 주의력과 각성 효과를 유도하는 치료제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미국 에어리얼바이오파마에 수노시를 기술 수출했는데, 이후 권리 이전이 잇따르며 여러 차례 개발 주체가 바뀌었다. 수노시 판권은 재즈 파마슈티컬스를 거쳐 액섬 테라퓨틱스로 넘어갔다. 현재 액섬은 유럽, 중동·북아프리카(MENA), 아시아 12개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12개국에 대한 권리는 SK바이오팜이 보유한다.

수노시는 2019년 미국, 2021년 캐나다에 출시됐다. 지난해 1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3상 결과로 치료 대상 질환이 ADHD, MMD 등으로 확대되면 SK바이오팜이 받는 로열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수노시 매출의 약 7%를 로열티로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3상 결과는 액섬 테라퓨틱스가 발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3상에 성공할 경우 수노시의 연간 최대 매출액이 약 9배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SK바이오팜의 로열티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SUNOSI·성분명 솔리암페톨)'/SK바이오팜

유한양행과 알테오젠은 오는 26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폐암학회(ELCC2025)에서 주력 기술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한다.

유한양행·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癌) 신약인 '렉라자'의 최종 효능을 발표한다. 폐암은 암세포가 작으면 소세포폐, 크면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70~80%를 차지한다.

렉라자는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 요법으로 진행한 마지막 3상 임상의 전체생존기간(OS) 연구 결과를 최초로 공개한다. 항암 신약 효과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표는 치료를 시작한 순간부터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여주는 OS다. 환자의 생존기간을 얼마나 늘려주는지가 환자와 의료진이 항암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J&J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OS가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1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9월 업데이트된 타그리소의 OS는 37.3개월이었다. 1년 이상 개선됐다면, 렉라자 병용요법의 OS는 50개월 남짓이 될 전망이다. 통상 '완치'로 여겨지는 5년 생존에 가까운 기간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OS 결과 발표로 렉라자 병용요법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시장의 표준치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한양행 '렉라자'(왼쪽)와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 '리브리반트'./유한양행, J&J

알테오젠도 같은 학회에서 기술력을 평가받는다. 회사는 세계 1위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를 기존 정맥주사(IV)제형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는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머크는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를 적용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대상 키트루다SC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임상 3상은 화학요법과 키트루다IV, 화학요법과 키트루다SC(피하주사)의 효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머크는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대상으로 키트루다SC가 IV 제형과 동등한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플랫폼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의 제형 변경에도 쓰였다. 엔허투는 지난해 매출이 4조원에 육박한 블록버스터다. 잇따른 빅딜로 전 세계 업계의 주목을 받은 만큼, 이번 결과가 알테오젠의 향후 파트너십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미국 이뮤노반트에 기술수출한 중증근무력증 신약 바토클리맙의 임상 3상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한다. 바토클리맙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항체를 없애는 신약으로,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고형암 이중항체 'ABL001′의 글로벌 임상 2·3상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앞서 한독(002390)과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에 국내·글로벌 개발 권리를 각각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