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하면서 건강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거나 의사가 자신에게 최면진정제를 18개월간 24회 과다처방하는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사례가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마약류 취급 의료기관 433곳을 점검해 188곳에서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의 적정한 처방과 사용 환경을 조성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이번 점검을 진행했다. 연간 약 1억3000만건의 마약류 취급 내역이 기록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해 과다처방 의심 의료기관, 의료쇼핑 의심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 부적절한 취급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등을 선정해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집중 점검했다.
점검 결과, 의료기관 188곳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거나 의심 정확이 나타났다. 이 중 97곳은 수사 의뢰가 이뤄졌으며, 나머지 111곳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 의뢰가 이뤄졌다.
수사의뢰가 이뤄진 경우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의심사례가 97건으로 전체의 96%를 차지했다. 일례로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한 의사는 약 10개월간 향정신성의약품인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등을 식욕억제제로 처방하면서 환자에 대한 체질량지수(BMI)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의사 스스로가 약 18개월간 자신에게 최면진정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트리아졸람을 24회 지속 과다 처방한 사례도 적발됐다.
행정처분은 의뢰 사유 별로 마약류 취급 보고 의무 위반이 59%, 마약류취급자 관리의무 위반이 23%, 처방전 기재의무 위반이 9%, 마약류 저장시설 기준 위반이 6%를 차지했다.
적발 대상 의료기관은 의원이 75%로 가장 많았으며, 동물병원 17%, 병원 4%, 약국 4% 순이었다.
식약처는 올해도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점검을 이어간다. 환자의 처방 정보와 명의도용, 취급보고 등도 분석해 위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간다.
강백원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 없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정보를 철저히 분석하여 빈틈없이 관리하겠다"며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