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대학 중심의 기초·응용연구에 강점을 가진 바이오 R&D(연구개발) 강국입니다. 앞으로 AI·디지털 연구를 강화해 인류를 위협할 다양한 질병에 맞서는 첨단 과학기술강국으로 거듭날 겁니다."
조지 프리먼(George Freeman) 전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 장관은 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바이오 & 디지털 헬스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축사를 통해 "영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R&D 강국과 머리를 맞대고 바이러스 감염병, 당뇨·치매 등 노화 질환과 같은 질병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22년 장관을 지낸 프리먼은 현재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3~4일 이틀간 열리는 이번 포럼은 영국 과기부와 의학연구위원회(MRC), 킹스칼리지런던(KCL)이 공동 주최했다. 주제는 '바이오·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건강·질병 해결과 오픈이노베이션 육성'이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 일본, 영국이 바이오·디지털 헬스 분야의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찾는 첫 자리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참여했고, 일본은 무역진흥기구(JETRO)와 제약사인 에자이·아스텔라스 등이 참석했다.
첫째 날 포럼은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에서 열렸다. 왕립학회는 1660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로,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석학들이 활동했다. 지금까지 왕립학회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280여 명에 달한다.
이날 영국의 바이오·디지털 헬스 R&D 전략이 소개됐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산업 강국으로 꼽힌다. R&D 예산에서 보건의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1%(5조4100억원)로, 미국(28%·43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케임브리지·옥스퍼드·킹스칼리지런던 등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 연구가 강하다. 국가 R&D 예산 가운데 대학에 배정되는 비중은 23.5%로 전 세계 1위(2020년 기준)이다.
영국은 최근 대학의 AI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AI를 주요 과학기술로 선정하고 영국 과학기술 프레임워크 프로그램(The UK Science and Technology Framework)을 통한 AI 분야 연구자 육성·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20억 파운드(3조7100억원)를 투입해 박사 과정 학생 9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마크 팔머(Mark Palmer) 의학연구위원회 국제전략국장은 "디지털 헬스 기술을 보건의료 서비스에 접목시키기 위해 5년 전 정부로부터 3억 파운드(5560억원)를 지원받아 AI 연구를 시작했다"이라며 "영국 과학기술 프레임워크를 통해 AI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 바이오 혁신의 중심지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교외 소도시 하웰(Harwell)이다. 2007년 문을 연 '하웰과학혁신캠퍼스(ARC Harwell)'는 바이오, 우주 탐사, 에너지 기술, 양자 컴퓨터 등 4개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유치했다. 하웰캠퍼스는 최근 10년간 400여 R&D 기업을 배출했으며, 지난 5년 동안 특허 6000여건을 받았다.
현재 영국과 유럽의 대학 30곳이 하웰캠퍼스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도 이곳에 신규 백신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억5000만 파운드(2800억원)를 투자했다. 모더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회사다.
세바스찬 존슨(Sebastian Johnson) 하웰과학혁신캠퍼스 디렉터는 "정부는 하웰캠퍼스를 기초과학 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의 거점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매년 이곳에 5억 파운드(1조원)를 쏟아붓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중심지인 이곳은 각 분야가 분리돼 있지 않고, 서로의 첨단 기술을 각 기술에 접목해 발전시키는 다학제적 클러스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