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마약 불법 유통 수사권을 부여하는 '마약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식약처가 불법 유통, 사용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7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식약처에 마약 특사경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사경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금까지 식약처는 마약성 진통제와 식욕억제제 같은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에 대해 단속만 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안 가결로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불법 유통, 사용에 관한 수사 권한을 갖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식약처 마약 특사경은 2023년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과 같이 의료용 마약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사건 가해자는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가해자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에게 프로포폴,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 마약성 물질을 혼합한 약물을 투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마약 특사경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식약처가 마약류 오남용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마약류 오남용 의심 기관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이미 특사경 조직으로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운영하며 불법 식품 분야 수사를 통해 국민 안전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의료용 마약에 대해서는 단속은 하고 있었으나, 수사 권한이 있어야만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들이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식약처가 마약 특사경을 운영하게 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특사경법 개정안에 대해 "마약류 범죄 단속 등의 수사에 대해서는 일반 수사기관과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력으로도 충분하다"며 "식약처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할 경우 수사 전문성이 떨어지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마약 특사경이 불법 의료용 마약류 단속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사는 파견 검사가 지휘하고, 담당 부처의 전문성을 살린다는 것이 특사경 제도의 장점"이라며 "식약처는 마약류 관리 부처로서 일반적인 검찰 수사관이나 경찰보다 전문적인 수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사경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어서면서 이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다. 공포 시점은 다음 달로 예상된다. 다만 식약처 특사경 조직 구성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안이 공포된 이후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통해 조직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아직 협의된 사항이 없어 조직 구성 시점은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