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한미연)가 1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제5차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다.(왼쪽부터)한미연 운영위원장인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윤석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 원격의료학회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 강대희 한미연 공동대표가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국내외 정치·경제 불안으로 한국 제약·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려면 복잡한 국내 규제 시스템을 혁신하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대희 원격의료학회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제5차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특허 분쟁 심화 등으로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산업계 업황이 팍팍해졌다"면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영향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의 사업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 시스템을 개혁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이후 유한양행(000100)에서 신약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창업투자회사인 한국바이오기술투자를 거쳐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옮겨 2021년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총 운용자산은 4조5000억원대로 펀드 60개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황 대표는 리가켐바이오(14108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티움바이오(321550), 지놈앤컴퍼니(314130) 등 국내 기업과 미국 등 해외 바이오 기업 등 230여 곳에 투자했다.

황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면서 글로벌 패권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며 "미국과 동조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저희 회사의 투자 아이템을 선정할 때는 경쟁자들이 막강하면 그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개념 중 하나"라며 "경쟁자가 세면 어떻게 해서든 경쟁자와 같은 편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제가 늘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라고 했다.

기업도, 투자자도 미·중 갈등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를 기회를 바꿀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황 대표는 "정책 하나가 산업 전체를 바꿀 수 있다"며 소부장 국산화 정책을 예로 들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소부장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로 투자를 유도해 상장사가 늘고 투자도 늘었다"며 국내 헬스케어,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면 이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기회를 규제 장벽이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대표는 "삼성을 예로 들겠다"며 "삼성서울병원에는 우수한 의료진과 연구·임상 데이터가 쌓여 있다"며 "삼성은 반도체 특성화 대학이 있고, 반도체, 스마트폰 제조도 한다"며 "이를 활용하고 결합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국내 각종 규제로 이를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과 성장 기회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다"며 헬스케어 같은 신산업에 대해선 금지된 행위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일명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으로 아예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달 공매도 재개가 바이오 업종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대표는 "성장 산업, 즉 투자되는 자본은 많은데 아직 이익이 제대로 안 나오는 산업과 업종이 공매도 타격을 입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이를 공매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의료와 IT를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 필요성도 부각됐다.

이날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한미연 운영위원장)도 "최근 인공지능(AI)산업 육성이 글로벌 추세로 자리매김한 만큼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집중해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는 국가 안보, 국방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백신주권의 중요성을 실감한 만큼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한국형 국방바이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대희 원격의료학회 회장은 "디지털 헬스 육성과 의사 과학자 양성 정책을 보다 구체화해 산업적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