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신장을 신장 질환 환자에게 이식해 추적 관찰하는 첫 임상시험이 미국에서 진행된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이식 후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성공하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전 세계 많은 환자에게 치료 대안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일(현지 시각) 신부전 환자들에 유전자 변형 돼지 장기를 이식하는 임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임상은 미국 제약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 코퍼레이션(UTC)과 e제네시스(eGenesis)가 진행한다.
UTC는 최소 6개월간 투석을 받았고 다른 의학적 이상이 없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하고, 성공할 때 임상 참여 환자를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e제네시스도 3명으로 시작해 대상을 확대한다. 첫 이식은 올해 중순으로 예정돼 있으며, 환자들은 이식 후 24주 동안 추적 관찰을 받는다.
신부전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신장 기능이 감소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로, 신경이 제 기능을 유지하지 못해 투석, 이식 등이 필요한 신장 질환이다. 미국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3700만명 이상이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 중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환자 수는 1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기증 장기가 부족해 이식 수술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이뤄진 신장 이식 수술은 2만5000건에 그쳤다. 신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생존 기간은 최대 5년이지만, 그 기간 동안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미국 국립신장재단(National Kidney Foundation)은 매일 약 12명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UTC는 무균시설에서 사육한 돼지의 유전자를 변형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신장인 'U신장(UKidney)'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 숙주와 돼지 신장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10가지 유전자 편집을 거친다. 6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하고, 4개의 돼지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3년간 UTC가 개발한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는 총 5명이다. 2명은 심장을, 3명은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들 중 4명의 환자는 이식 수술 후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지난해 11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53세 여성은 거부 반응을 극복하고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UTC의 이종 이식을 담당하는 리 피터슨(Leigh Peterson) 부사장은 "이종 이식이 투석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번 임상을 통한 우리의 목표는 이식 성공률이 높은 돼지 장기를 개발해, 많은 환자가 평생 투석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수 있게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TC는 이식 후 환자들의 이상 반응·중대한 이상 반응 발생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단백뇨, 인수공통감염증·기회 감염증 발생률 등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식 과정에서 돼지의 병원체가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센트럴 미시간대 의대의 크리스토퍼 보비어 생명윤리·보건 정책 부교수는 미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돼지 장기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다"며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서너 시간씩 투석기에 연결해야 하는 신장 투석의 특성상 동물 장기 이식의 위험성을 가늠하는 게 어렵다"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