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003850)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 클럽에 올랐다. 인구 고령화 추세로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만성질환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보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18.3% 늘어 1조171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 늘어 705억원, 당기순이익은 81% 늘어 728억원이다.
고혈압 신약을 비롯한 만성질환 전문의약품이 이 회사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보령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를 비롯한 만성질환 전문의약품의 성장으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게 됐다"며 "전사적 차원에서 집중하고 있는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제품들이 초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성장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카나브는 보령이 2011년 개발한 고혈압 15호 국산신약이다. 카나브 패밀리는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듀카브플러스 등 카나브 기반 복합제로 구성돼 있다. 카나브의 연 매출액은 2021년 1000억원 첫 돌파에 이어 2023년 1500억원을 넘어서며 증가세를 이어왔다.
당뇨병 치료제 트루다파는 2023년 4월 출시 이후 다파글리플로진 제네릭(복제약) 시장 1위를 차지했다.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공동 영업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외형 성장에 이바지했다. 앞서 보령과 HK이노엔은 작년 1월부터 각 사 자체 개발 신약 카나브와 케이캡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을 보령이, 보령의 카나브를 HK이노엔이 공동 판매하는 식이다.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의약품으로, 기존 프로톤펌프 억제제(PPI) 약보다 약효가 빠르고 식사 시간과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애초 회사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해 원료 수입 의약품의 이익에 변동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대학병원들이 입원과 수술을 축소하는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한 여파도 있다"고 부연했다.
보령은 올해 매출과 수익성 모두를 성장시키는 내실 경영에 주력할 방침이다. 만성질환 분야에서 자체 품목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자사 생산 전환을 마친 LBA 품목들이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LBA(Legacy Brands Acquisition)란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브랜드 로열티에 기반해 일정 수준의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전략을 뜻한다.
보령은 신약 개발과 자가 제품군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추진 등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