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5호 디지털 치료제(DTx)가 등장했다. 뉴라이브(NEURIVE)가 개발한 이명 치료용 DTx인 '소리클리어(SoriCLEAR)'다. 뉴라이브는 송재준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2018년 8월 창업한 DTx·전자약 개발 스타트업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먹는 알약이나 주사 대신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한다. 신약과 마찬가지로 탐색·확증 임상시험을 거쳐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식약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환자는 의사 처방을 받아 디지털 치료제를 쓸 수 있다.
21일 뉴라이브에 따르면 소리클리어는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소리클리어는 인공지능(AI)으로 이명(耳鳴)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명은 청각 세포가 손상돼, 외부 소리 자극이 없어도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기계 소음이나 바람 소리가 맴도는 증상이다. 집중력 장애와 불안,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뉴라이브는 이명 증상에 주목해 이명 인지행동을 치료하는 DTx '소리클리어'와 이명을 치료하는 전자약 '소리클(Soricle)'을 개발했다.
소리클리어는 환자의 나이·성별, 이명 주파수·크기 등을 수치화해 AI로 환자의 장애 요인과 치료 표적을 예측한 뒤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이명 치료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병원용 DTx로, 의료진이 앱(app·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환자에 사용할 수 있다.
소리클리어는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솜즈(Somz)', 웰트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웰트아이(WELT-I)', 뉴냅스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치료제 '비비드브레인(VIVID Brain)', 쉐어앤서비스의 호흡 재활 운동 치료제 '이지브리드(EasyBreath)'에 이은 국산 5호 DTx다.
송 대표는 소리클리어에 대해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기존 건강보험에 등재된 기술인지 확인하는 절차로 30~60일이 걸린다. 새로운 기술로 확인될 경우 의료기기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최장 250일간 받아야 한다. 평가를 통과한 뒤에야 건강보험이 등재되기까지는 100일 정도 걸린다. 이 절차를 거쳐 의료 현장에서 건보 급여 또는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환자들이 소리클리어를 사용하기까지는 1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식약처 인허가와 심평원의 신기술 확인을 동시 진행해 즉시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다만 이 제도는 법령 개정이 필요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뉴라이브는 이번 소리클리어의 국내 품목허가와 함께 전자약 소리클의 브라질 품목허가도 받았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전자약은 뇌를 자극해 질병을 치료하는 장치다. 소리클은 양쪽 귀에 쓰는 헤드폰 장비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미주신경과 연결된 귀 부위(외이분지)를 전기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AI로 조절되는 전기 자극이 뇌 혈류와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이명을 발생시키는 청각 피질 흥분을 가라앉혀주는 원리다. 소리클은 지난 2023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재준 대표는 "이명은 이비인후과에서 다루는 질병 중 대표적인 난치병"이라며 "DTx 소리클리어와 전자약 소리클을 통해 국내외 많은 이명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