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양한 국산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도전한다. 특히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국산 항암제 ‘렉라자’를 이을 두 번째 항암제의 FDA 승인 여부가 올 초 나올 예정인 만큼 관심이 모인다.
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FDA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50개의 신약을 승인했다. 이 중 국산 신약인 유한양행(000100)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휴젤(145020)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레티보’가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올해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이 잇따라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HLB(028300)의 자회사인 엘레바테라퓨틱스와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간암 치료제 ‘툴베지오(성분명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가 ‘제2 렉라자’의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FDA의 허가가 불발된 후 4개월 만인 9월에 허가를 재신청했다. 회사는 이르면 오는 3월에 허가 여부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 차례 불발에도 툴베지오가 주목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툴베지오는 HLB의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관문 억제제인 캄렐리주맙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병용하는 요법인데, FDA는 리보세라닙의 효능·안전성이 아닌 캄렐리주맙의 제조공정을 실사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허가 반려 사유로 들었다.
통상 FDA가 약물의 효능·안전성 문제를 지적할 경우 추가 임상 데이터 검증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 툴베지오는 이런 지적이 전혀 없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만약 이번에 툴베지오가 FDA 문턱을 넘는다면 국산 항암제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다.
HLB는 담관암 신약에 대해서도 하반기에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담관암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 통로인 담관에 생기는 암종이다. HLB는 최근 엘레바테라퓨틱스를 통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릴레이 테라퓨틱스로부터 담관암 후보물질 ‘RLY-4008′을 도입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쳤으며, FDA로부터 혁신치료제와 희소의약품으로 지정받아, 2상 결과만으로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HLB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추가 적응증 확장과 동시에 담관암을 비롯한 고형암에 대해서도 계속 적응증을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할 것”이라며 “2025년은 리보세라닙의 간암 신약 허가에 이어 RLY-4008의 품목허가 신청을 통해 HLB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한 해”라고 말했다.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인 케이캡도 올해 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48개국에 진출했으며, 이미 15개 국가에는 제품이 출시됐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 2021년 미국 제약사 브레인트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브레인트리는 미국에서 케이캡의 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 미국 출시를 목표로 올해 상반기 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미란성과 비미란성으로 구분되는데, 미란(Erosion)은 위점막이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강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도 올해 새로운 제품에 대한 FDA 승인에 도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프롤리아와 엑스지바의 바이오시밀러 2종에 대한 허가를 준비 중이다. 오는 2월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프롤리아는 미국 암젠이 개발한 골다공증 치료제로 개발돼 처음 승인을 받았다. 이후 주성분인 데노수맙이 암 환자의 골 전이 합병증 예방에도 효과가 입증돼, 해당 적응증에 대해서는 ‘엑스지바’라는 이름으로 허가됐다. 이 약물은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8조8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FDA에 3건의 시밀러 승인을 받으며 FDA 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총 8개로 늘었다. 미국 암젠과 함께 전 세계에서 FDA로부터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 품목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안과 질환 치료제인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밀러 ‘앱토즈마’,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시밀러 ‘스토보클로’, 천식·알레르기 치료제 졸레어의 ‘옴리클로’까지 총 4종에 대한 품목허가를 FDA에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렉라자 승인으로 국산 항암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며 “여기에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바이오시밀러의 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국산 신약·의약품이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