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는 전년도보다 약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해외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총 15건이며, 계약 규모는 비공개 건을 제외하고 총 55억4600만 달러(약 8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2023년 기술수출 규모가 약 59억4600만달러(약 8조8000억원)였던 것에 비해 6.7% 감소한 수치다. 계약 건수도 20건에서 15건으로 줄었다.
기술수출 감소는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고금리 속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투자가 경직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했으며, 기술 거래도 주춤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수출 규모는 최소 4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조9000억원보다 55%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23년 전체 기술수출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당시 전망했다.
그러나 4분기에는 기술수출 건수가 3건에 그치면서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금액도 약 5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는 1조원대 이상의 '빅딜'이 올해 3건 이상 나오며 주목을 받았다. 빅딜에 성공한 기업은 신약 발굴 플랫폼인 경우가 많다. 치료접근법(모달리티)이 세분화되고 고도화된 기술이 활발히 거래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리바이오는 3월 중국의 한 기업에 경구용 치매치료제 후보물질인 AR1001을 기술수출하면서 1조2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상대 기업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195940),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 등도 6월 미국 신약개발 기업인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MB-101의 기술을 이전하는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과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다. TPD는 표적 단백질 자체를 분해해 질병의 원인을 해결하는 차세대 신약 플랫폼이다.
리가켐바이오(141080)도 지난 10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2건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가 공개된 1건의 총 계약 금액만 최대 7억 달러(약 9435억원)다. 리가켐은 자사 ADC 플랫폼 '컨쥬올'을 이용해 다수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어왔다.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컨쥬올은 ADC에서 중요한 링커 기술을 기반으로 페이로드의 독성을 낮춰 종양 세포에서 높은 농도로 활성화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알테오젠(196170)도 지난 2월 미국 머크(MSD)와 6360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대한 독점 사용권 계약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ADC 신약 엔허투의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약물을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SC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와 건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맞다"면서도 "기술 수출을 단순 수익 창출의 수단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