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고 악수를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창업자 일가 모녀와 형제가 대립하며 1년 가까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128940)그룹이 분쟁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형제 중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한미약품 사내이사가 모녀 측 4자 연합에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이로써 4자 연합이 의결권 기준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분쟁은 모녀의 승리로 사실상 종결됐다.

26일 한미사이언스는 임종윤 이사가 대주주 4자 연합(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킬링턴 유한회사) 측에 주식 5%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처분 금액은 총 1265억원이다. 임 이사가 보유 중이던 806만5822주(11.79%) 중 42.3%를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에 넘기는 계약이다.

4자 연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경영)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잠재적 주식 대량 매도)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주주간 협력, 화합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식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는 하나의 큰 방향성을 가지고 ‘글로벌 한미’를 향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임종윤 주주도 4인 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호 협력의 첫 시작으로, 4자 연합과 임종윤 주주는 상호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은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1년간 이어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끝이 났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10명으로 4자 연합 측이 5명, 임 이사 측 3명,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 2명이다. 기존에는 4자 연합 측과 형제 측이 5대 5 구도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임 이사가 4자 연합 측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형제 연합은 사실상 깨졌다.

임 이사 측 인사가 4자 연합 측과 손잡으면 당장 이사회를 소집해 임 대표를 해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4자 연합이 의결권 기준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녀 측 4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편, 이날 임 이사의 지분 매각 소식에 대해 임종훈 대표는 “형님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걸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