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7일 위탁개발생산(CDMO) 법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을 발표하며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사에게 제품 개발·임상·생산 등 전 주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셀트리온(068270)그룹이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17일 공식 출범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2025년 의약품 위탁개발(CDO)과 임상시험수탁(CRO) 사업 영업을 개시하고 CDMO 생산시설과 연구소도 착공,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진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신약 후보물질 선별부터 세포주·공정 개발, 임상시험 계획, 허가 서류 작성, 상업 생산까지 의약품 개발 전주기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원가 경쟁력과 고객 친화 정책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제조 기업에서 더 나아가 CDMO를 한 단계 발전시킨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CRDMO는 바이오 의약품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에 연구 기능까지 추가한 것이다.

CDMO는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하는 사업이다. 반도체의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비슷한 개념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생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개발(R&D) 효율을 높이기 위해 CDMO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CDMO 기업은 의약품 위탁개발(CDO)과 위탁생산(CMO)을 구분해 별도로 수주하기도 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2002년 아시아 최초로 의약품 CMO 사업을 시작했던 기업”이라며 “2000년대 초만 해도 스위스 론자와 버금가는 CMO 회사였고 현재까지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어, CDMO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데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셀트리온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법인 대표는 그룹 내 제품 허가와 임상시험, 생산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이혁재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맡았다.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이날 셀트리온은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주식 200만주를 10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그룹은 내년 착공에 돌입하는 신규 생산시설에 대·소형 배양기를 배치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펩타이드 신약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에 따라 유연한 생산 능력을 구현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자동화율을 높이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초기 설비 구축과 CDO 서비스 개시를 위해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그룹 자체 투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며 “차세대 모달리티 설비 증설을 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최대 1조5000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인도 등에 해외 특성화 연구소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은 올해 약 24조원(182억달러)에서 연평균 10.9% 성장해 2029년 약 40조원(305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아래는 서 회장과 질의 응답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사업에 진출한 배경은.

“셀트리온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스위스 론자 다음으로 큰 CMO 회사였다. 국내외 소규모 바이오텍들로부터 개발, 임상시험, 허가까지 위탁 서비스를 해 줄 수 없냐는 제안이 많이 있었다. 세계 곳곳 대형 암병원에 셀트리온의 항암제가 공급되고 있다. 이 병원들로부터 세포치료나 유전자치료에 특화된 서비스를 해줄 수 없냐는 주문이 이어졌다. 이에 이 분야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내부에서 판단을 해 오늘 새 법인을 출발시킨 거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무엇부터 시작하나.

“내년 상반기 중에 공장 건설 공사에 들어간다. CDO나 CRO 사업은 공장 건설 전에도 할 수 있어, 내년부터 이 서비스를 개시하려고 한다. 또 한국 연구소 외에 미국, 유럽, 인도 쪽까지 연구소를 확장하려 한다. 현지에서 연구·개발(R&D) 인력도 채용할 것이다. 이미 40여 국가에 셀트리온 직판 법인이 있기 때문에 그 법인과 연계해 영업사무소를 개소하려 한다. 2028년부터 CMO 상업 생산이 개시될 거라고 본다.”

–서비스 기반이 되는 생산시설은 어디에 설립되나.

“부지 후보를 상세히 검토 중이다. 국내에 최대 20만L 규모로 설계해 우선 내년에 10만L 규모로 1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생산과 공급 지속가능성에 대한 최적의 입지를 지속 평가해 생산 용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대 매출은.

“2025년부터 CDO나 CRO 서비스 사업 분야의 영업을 개시하면, 2027년쯤 약 1000억원대 서비스 매출이 발생할 거라고 본다. CMO 서비스는 2029년 약 5000억원 규모의 기대 매출이 예상된다. 2031년 CDO나 CRO로 해서 각 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CMO 사업에서 2조원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31년 총기대 매출은 약 3조원으로 본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2월 17일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법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 간담회에서 발표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의 로드맵./셀트리온그룹

–항체의약품 CDMO 사업에 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어, 시장에선 공급 과잉 우려도 있다.

“그렇다. 항체의약품 CDMO 캐파(생산능력)는 자칫 공급 과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우선 CMO 쪽은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CMO 쪽은 내부에서 수요를 고려해 가면서 공장 증설을 할 계획이다. CMO만 해서는 절대 1만L당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못 올린다. 영업이익률도 좋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그룹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거다.

다만, 아직 CDO를 하는 회사는 별로 많지 않다. CRDMO를 한꺼번에 서비스해 줄 수 있는 회사는 현재로선 론자 외에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셀트리온은 CRO가 이미 특화돼 있다. 과잉투자를 할 생각은 없다. 리스크를 미리 고려해 사업 전략을 이행할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저지하는 ‘생물보안법’이 최종 통과되면 기회는.

“우선, 우리는 미국 생물보안법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다. CDO하고 CRO는 자기 제품을 개발해 생산 판매 해본 경험과 노하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기존 중국 CDMO 업체들이 CDO와 CRO 쪽 수주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기존 중국 업체들이 한 CMO 중심의 사업과는 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뜻이다.”

–대규모 인력 충원 계획을 밝혔는데, 언제, 얼마나 충원하나.

“CDO나 CRO 사업을 하는 데 500명의 과학자는 필요하다고 본다. CMO는 공장 건설이 끝나고 나면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거를 고려해 순차적으로 인력을 채용할 거다.”

–많은 기업들이 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수 인력을 확보할 방안은.

“한국, 미국, 유럽, 인도 4개국에 연구소를 구축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세계 곳곳에 좋은 인재들이 있다. 특히 인도 연구소를 만들어, 우수한 R&D 인재를 확보할 거다. 또, 경력사원보다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고자 한다. 이들을 잘 양성해 좋은 인재로 활동하게 할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