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 중이며, 완공되면 총 생산 능력이 78만4000L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미국 생물보안법의 상원 통과 여부가 다음 달 결정되는 가운데 법안 통과 시 수혜가 기대되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내고 있다.

법안이 연내 통과된다면 세계 2위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7년 안에 미국 시장에서 퇴출하는데, 이 자리를 꿰차기 위한 속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기존 CDMO 기업들도 생산 규모와 분야를 더 넓히기 위해 시설 투자에 나섰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1·2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은 전날(27일) 오후 잇달아 CDMO 사업 관련 계획을 밝히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기존에 집중해온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에서 CDMO 사업에 새롭게 진출할 계획을 밝혔고, 삼성은 기존에 주력해온 항체 치료제 분야에서 최근 차세대 신약 개발 기술로 각광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로 생산 항목을 넓힌다.

우선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서울 용산 로카우스호텔에서 열린 ‘2024 제약바이오산업 혁신 포럼’에서 “현재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제(ADC) CDMO 시설을 연내 완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전용 생산시설은 송도 제1·2바이오캠퍼스 사이에 별동으로 건설되며 총 4층으로 구성됐다. ADC 생산시설은 항체의약품 생산시설과 달리 개발·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세포독성 약물과 유기 용매까지 다뤄야 해서 추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또, 작업자 보호를 위한 음압 설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 이물질 혼입 방지 기능을 하는 클린룸 간 차압, 외부 공기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공기 차단 시스템(에어락) 등 여러 설계 사항이 추가된다.

정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글로벌 CDMO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차세대 사업으로 낙점한 ADC CDMO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5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내년 4월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가능 규모는 총 78만4000L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과 대규모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면서 2011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주액 5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고 CDMO 진출 계획을 공표했다.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다음 달 CDMO 법인을 출범시킨 뒤 내년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첫 가동은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서 회장은 “우리의 경쟁사는 세계 1위의 스위스 론자”라며 “목표 매출액은 탱크 용량 1만리터당 1000억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7일 홍콩에서 열린 온라인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SK(034730)그룹도 바이오의약품 CDMO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지난해 CDMO 전문 자회사인 SK팜테코를 통해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기업인 CBM을 인수했다. 특히 최근 세종시에 새로운 공장 건설을 예고하면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비만 치료제의 수주 기대도 커졌다. 기존 CGT 분야에서 저분자·펩타이드 치료제로 생산 파이프라인(제품군)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조각으로, 부작용이 낮고 상대적으로 쉽게 제조할 수 있어 합성의약품에 비해 신약 성공률이 2배 높다. 다양한 생체 활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가 대표적이다.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도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GLP-1 펩타이드 제제에 대해 “아주 중요한 시장이며, CDMO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롯데그룹도 CDMO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하고 그해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현재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3개 생산공장이 포함된 바이오 캠퍼스를 짓고 있다. 여기에 수장도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로 교체하면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통제약사들도 가세했다. GC녹십자(006280)는 계열사인 지씨셀(144510)을 통해 CGT의 CDMO에 주력하고 있다. 지씨셀은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를 장기적으로 생산·공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대웅제약(069620)도 최근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CDMO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9월 바이오공장을 완공했으며, 202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유한양행(000100)·한미약품(128940)·보령(003850) 등도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휴온스(243070)도 최근 인수한 바이오 의약품 전문 기업 팬젠을 통해 본격적인 CDMO 수주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