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일가 형제와 모녀가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128940)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회가 5대 5 구도가 되면서 갈등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로 선임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주총이 끝난 후 “치열한 분쟁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대주주 3자연합을 구성해 형제와 경영권을 두고 대결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사회는 형제 측 인사 5명, 3자 연합 측 인사 5명으로 대치 구도가 됐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3자 연합 측 인사 4명, 형제 측 인사 5명으로 형제 우위였는데, 동수가 된 것이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경영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의사 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며 “여러 이사들과 소통의 폭도 넓혀서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지주사로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찬성표가 부족해 통과하지 못하면서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자동 폐기돼 이사회 진입이 무산됐다. 정관 변경은 앞서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재편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제안한 안건이다.
대주주 3자 연합 입장에선 절반만 성공한 격이고, 형제로선 3자 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방어한 격이다.
창업자 일가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임시 주총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며 지주사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 대표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이사회가 동수로 재편됐는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발전을 이끌고, 한미약품 임시 주총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음 달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3인 연합 측 박재현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 등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