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한미약품(128940)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창업자 일가 모녀와 형제 간 표심 쟁탈전이 이어지고 있다. 임시주총을 사흘 앞둔 25일 모녀 측인 한미약품이 주요 의약품의 실적 성장을 다짐하자, 곧바로 형제 측인 한미사이언스가 모녀 측이 상정한 정관변경안이 자문기관으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같은 날 몇 분 간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들에 호소했다.
현재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3자 연합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형제는 지주사에 이어 핵심 사업사인 한미약품 경영권을 잡으려 하고, 3자 연합은 형제가 지주사를 비롯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25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이 올해 원외처방 매출 7년 연속 1위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 전무는 “올해 한미약품은 로수젯, 아모잘탄 등 주요 품목들의 지속적 실적 성장에 힘입어 7년 연속 원외처방 1위, 4년 연속 국내사 전문의약품 유통 실적 1위, 국내 제약사 중 블록버스터 제품 최다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신제품개발본부장 전무도 “로수젯의 출시 경험을 바탕으로 선정한 ‘포스트 로수젯’ 후보는 고혈압 저용량 복합제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될 것”이라며 “제2 로수젯은 향후 1~2년 안에 발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형제 측인 한미사이언스도 이에 질세라 3자 연합의 정관변경안에 반대를 권고한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자료를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당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를 위한 이사회 규모 변경은 반대 사유에 해당된다”며 “이번 정관변경 안건은 전체 주주 관점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기보다 특정 주주를 위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3자 연합 측 4인과 형제 측 5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3자 연합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구성을 6대 5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사 선임안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정관변경안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으로 출석 의결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번 서스틴베스트을 포함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 현재까지 보고서를 공개한 모든 의결권 자문기관은 한미사이언스의 정관변경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신동국 등의 정관변경 의도는 이사회를 통한 경영권 장악인데 이것이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