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회사 제공

한미약품(128940)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창업자 일가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모녀 측인 사업 회사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를 경찰에 맞고소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한미그룹은 창업자 일가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3자 연합과 대립하고 있다. 3자 연합은 형제가 지주사를 비롯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고, 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이날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를 무고로 고발하고, 한미사이언스가 수개월째 한미약품을 상대로 벌여 온 업무방해, 배임 등 혐의로도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발은 형제 측이 먼저 헸다. 앞서 지난 13일 임종윤 이사가 최대 주주인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18일에는 한미사이언스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그룹사 고위 임원 3명,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 등 총 5명을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한미약품도 맞고발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임직원을 잇달아 고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내용을 왜곡 가공해 지속적으로 언론사에 제보하고 있다”며 “임시 주주총회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고발 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에 착수해 주실 것을 수사기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형제가 한미약품 임직원을 고소 고발한 논리는 아주 엉성하다”고 비판하면서, 박재현 대표를 부당이득 수취로 고발한 것을 예로 들었다. 한미약품은 “작년 주주가치 제고 활동으로 사내에서 자사주 매입 캠페인을 벌이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를 공개했는데, 이때 주식을 매입한 임원들 중 특정인만 딱 찍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수취로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자회사 온라인팜의 서울 신사동 건물 매입을 두고 최근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한미사이언스 측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미약품은 “2023년부터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차원에서 준비해 온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 건립 사업을 한미사이언스가 최근 여러 정치적 상황과 엮어 특정인을 모욕하는 식으로 왜곡 제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당시 계약은 한미사이언스 법무팀과 외부 법무법인을 통한 충분한 검토와 승인 후 진행됐는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당시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자기부정을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시 교통회관에서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일가 형제와 3자 연합은 이사회 정관 변경에 관한 표 대결을 벌인다. 3인 연합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1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관을 11명으로 변경하고,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이다. 오는 12월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는 형제 측이 제안한 한미약품 박재현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안건과 형제 측이 추천한 박준석·장영길 이사 신규 선임의 건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