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가 보유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3.7%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라데팡스)에 판다. 라데팡스는 송 회장과 임 사장, 그리고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도 맺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왼쪽)과 장녀인 임주현 사장/ 조선일보DB

18일 송 회장과 임 사장은 라데팡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킬링턴 유한회사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각각 79만8000주(지분율 1.2%)와 37만1080주(0.54%)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1주당 3만5000원으로 이날 종가(3만1600원)보다 10.8% 높다. 총거래가는 약 886억 원이다. 거래 종결일은 다음 달 18일이다.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뒤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법인 가현문화재단도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132만1832주(1.94%)를 463억 원에 킬링턴에 매각한다. 이 거래 종결일은 이달 26일이다.

라데팡스는 송 회장과 임 사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도 맺기로 했다. 라데팡스 측은 지분 취득에 대해 “회사 경영에 참여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라데팡스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모녀 측 책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모녀 측 지분 일부 인수 추진을 하다가 자금 모집에 실패한 후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지분 맞교환 계약을 주선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데팡스와의 계약으로 송 회장 모녀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상속세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모녀, 그리고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 형제가 둘로 갈라져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송 회장 측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한 후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를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양측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표 대결에서 승리, 과반수 이사 선임에 성공하면서 OCI와의 통합 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한미사이언스가 송 회장을 해임하면서 형제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당초 형제 편에 섰던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7월 모녀와 손잡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송 회장과 임 사장 모녀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신 회장에게 매도하면서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을 체결했다. 모녀가 이번에 라데팡스와 체결한 것과 같은 계약 구조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송 회장과 임 사장, 신동국 회장 3자 연합이 48.13%, 임종윤·종훈 형제가 27.09%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9명 중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5명, 모녀 측이 4명으로 형제 측이 우세한데, 이는 지난 3월 이사회 당시 신동국 회장이 형제 편에 섰기 때문이다. 송 회장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는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이사 정원 확대 안건 등을 두고 또다시 표 대결을 벌인다.

한편, 임시 주총을 앞두고 양측 간 갈등은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비롯한 임원 4명과 라데팡스의 김남규 대표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 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13일에는 임종윤 이사가 최대 주주인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