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로고.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영국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첫 협업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약효가 잘 나타날 환자군을 걸러내는 AI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루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대상으로 한 AI 기반 디지털 병리 솔루션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절반가량이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게서 낱타난다. 타그리소는 이런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를 치료한다. 폐암 증세가 있어도 EGFR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타그리소가 잘 들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EGFR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사전에 이 돌연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찾는 AI 플랫폼 기술이 절실했다. 이를 찾기 위해 AI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고, 루닛이 단독 선정됐다.

플랫폼 개발에는 EGFR 변이를 식별하는 루닛의 바이오마커(생체지표) 탐색 AI인 ‘루닛 스코프 지노타입 프리딕터’가 활용된다. 이 바이오마커 AI는 디지털화된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를 분석해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EGFR 변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단 5분 안에 결과를 알 수 있어, 기존에 쓰인 차세대 유전체 분석(NGS) 검사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루닛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업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루닛 관계자는 “이번 계약 내용 외에도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양한 협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치료 대상은 물론 다양한 약물전달기술(modality·모달리티)로 협업이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닛은 이미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약물항체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의 추가 임상시험을 위한 협업 제안도 받았다. AI인 루닛 스코프 uIHC(유니버셜 IHC)를 활용해 약물 효과가 잘 나타날 최적의 환자를 분류하는 게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