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 3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고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허지윤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장남 임종윤 측이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전문경영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다. 이에 장남 임종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 측이 고발한 것이라고 본다.

한 대표는 박 대표가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이사회 승인·결의없이 기부행위를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가현문화재단은 임성기 선대회장이 한미약품 창립 동반자인 아내 송 회장과 함께 한국 사진예술의 발전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형제 측은 송 회장이 가현문화재단에 2022년 42억원, 2023년 60억원, 올해 상반기 17억원을 기부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한성준 고발인은 박재현 대표이사가 송영숙의 지시에 따라 이사회 승인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고발장을 통해 “박 대표는 송 회장과 공모해 대표이사로서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가현문화재단에 119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미약품에 상당한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이 주주총회에서 부당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도 엄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송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을 지지했다.

한미약품은 즉각 반발했다. 한미약품은 “기현문화재단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계시던 때부터 20년 이상 한미약품그룹의 기부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며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에 기부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하는 송영숙 회장과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참석했던 임성기 선대 회장.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은 “한미약품그룹의 명운을 가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 지위를 갖고 있는 재단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고발부터 하는 행태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며 “얼마 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엄포가 사실이었다는 점에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가족 간 고발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임종윤 이사가 직접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나 경찰이 내사 종결했다. 당시 업계에선 임 이사가 박 대표의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대표) 선임을 막기 위해 고발을 진행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재현 대표는 지난달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대표)으로 공식 임명됐다.

현재 한미약품 그룹은 송영숙, 임주현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3자 연합을 이뤄 형제와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는 입장이고, 형제 측은 장남이 핵심 사업회사, 차남이 지주사를 맡아 경영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주주 3자 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 여부가 결정될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오는 28일 열린다. 이후 12월 19일에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이 개최될 예정이다.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 사내이사 박재현,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을 해임하고 사내이사로 박준석, 장영길을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