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약물의 구조와 특성. 항체(글자 노란색)가 병을 유발하는 항원(보라색)에 달라붙어 결합한 약물(주황색)을 전달한다./네이처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전략과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미국으로 총출동한다. ADC는 암세포 같은 목표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서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면,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ADC 기술 확보와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월드 ADC 샌디에이고(World ADC San Diego)’에 참여한다. 월드 ADC는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가장 큰 규모의 ADC 전문 콘퍼런스로,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ADC 개발 전략과 새로운 기술 등을 논의한다. 올해는 기업 110여곳과 전문가 1400여명이 참가한다.

특히 이중항체 ADC 분야 강자로 꼽히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프로그램 연자로 초청받아 발표 무대에 오른다. 발표 주제는 ‘현재의 임상적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이중항체 ADC’다. 이번 발표에 회사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신약개발과제)의 비임상 데이터도 담길 예정이다.

이중항체 ADC는 단일항체 ADC보다 화학 치료제를 암세포에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안전성과 항암 효능을 향상하고, 암세포가 약물을 회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어, 최근 세계 기업들이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프랑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를 비롯해 여러 회사와 6건의 기술 수출 성과를 내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ADC의 성공은 암세포에 보다 많은 양의 강력한 치료제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에 달려 있다”며 “이중항체 ADC 개발이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국내외 여러 행사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ADC 개발 전략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암세포는 한 항암제로 인해 기존 신호전달 체계가 차단되면 대신 다른 회로를 활성화한다. 이중항체 ADC는 서로 보상 관계에 있는 두 가지 회로를 동시에 공략해 암세포가 항암제 저항성을 획득하지 못하게 억제할 수 있다. 그는 “이중항체 ADC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빠른 시장 진입으로 글로벌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연구개발 전문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는 이번 학회에서 ADC를 적용한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 ‘AR153′에 대한 연구 성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종양미세환경은 정상 조직과 달리 낮은 pH(산성도)의 약산성을 띤다. 이런 환경이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종양의 생존을 돕는다. 회사는 이런 특성에 주목해 약산성 조건에서 표적에 잘 결합하는 ‘pH-감응 항체’를 발굴했다.

회사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진 ‘B7-H3′를 표적으로 삼았다”며 “종양미세환경에서 이 표적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발굴·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ADC에 적용해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인 AR153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 사업을 노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해 미국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 있는 ADC 생산시설의 역량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증설 중인 ADC 생산 시설은 내년 1분기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에서 미국 내 ADC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고객사의 주문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비임상·임상시험 계약 연구 전문업체인 NJ바이오를 비롯한 다수 관련 기업들과 ADC CDMO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ADC 플랫폼 전문기업 피노바이오, 카나프테라퓨틱스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DC 기술 플랫폼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 확대하고, ADC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