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연합뉴스

‘꿈의 비만약’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슐린을 비롯해 다른 당뇨병약 7종과 비교했을 때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40~70% 줄었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09만4761명을 대상으로 3년간 의료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치매’에 실렸다.

제2형 당뇨병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여러 가지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데 그중 하나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전 세계 치매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세포 안팎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 환자 109만4761명의 3년간 진료 기록을 분석했다. 이들은 이전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지 않았다. 이들 중 1만7104명은 세마글루타이드를, 나머지는 인슐린,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설포닐우레아(SU),티아졸리딘디온(TZD), 그리고 둘라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 엑세나타이드 등 다른 종류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을 처방 받았다.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은 GLP-1 호르몬을 흉내 내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로 제2형 성인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개발했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돼 비만약 위고비로 발전시켰다. 리라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가 이전에 출시한 비만약 삭센다의 주성분이다.

연구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는 다른 종류의 당뇨병약 7종과 비교했을 때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40~70%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다른 GLP-1 유사체 계열의 약물도 여럿 있었지만,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인슐린이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슐린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67%나 줄였다. 다른 GLP-1 계열 약보다도 41%나 줄였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이미 이전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지난 7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진은 리라글루타이드 투여 환자가 가짜 약(위약) 투여 환자보다 인지 기능 감소율이 18% 낮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세마글루타이드가 리라글루타이드보다도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이 밝혀진 셈이다.

쉬롱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생물의학정보학과 교수는 “이전에 세마글루타이드가 신경 퇴행과 신경염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인체에도 마찬가지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쉬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는 찾지 못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잠재적으로 예방·치료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lzheimer’s & Dementia(2024), DOI: https://doi.org/10.1002/alz.14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