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000100)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뒤를 이을 새로운 치료제를 찾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안으로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기 위해 해외 제약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면역항암제와 알레르기 치료제를 중심으로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수출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은 면역항암제 ‘YH32367′과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가 꼽힌다. YH32367은 2018년 국내 기업 에이비엘바이오(298380)에서 도입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고형암에서 나타나는 인간상피성장인자수용체(HER)2를 겨냥해 암세포를 없앤다. 또 면역세포인 T세포를 작동시키는 4-1BB 단백질을 활성화해 항암 면역을 일으킨다. YH32367은 현재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알레르기 치료 신약후보물질인 YH35324는 현재 임상 1b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으로부터 YH35324를 도입했다. 이 물질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반응하는 항체 면역글로불린(lg)E의 양을 줄여 가려움과 콧물, 재채기 같은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한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YH35324는 임상 1상 과정에서 기존 알레르기 치료제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졸레어(오말리주맙)보다 효과가 강하고 약효 지속 시간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오말리주맙은 지난해 21억7600만 스위스프랑(약 3조3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블록버스터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제2의 렉라자’를 만들기 위해 연내 또 다른 기술수출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산 신약 31호인 렉라자는 지난 8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정맥주사제와의 병용요법으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렉라자는 기술수출이 상업화로 이어진 사례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039200)으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했다. 도입 3년 만인 2018년 얀센에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을 이전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11일 얀센으로부터 렉라자 상업화 기술료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받았다. 현재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도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업화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계속 지급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J&J와의 계약에서 배운 점을 토대로 최선의 기술수출 계약 조건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렉라자 임상시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점, 렉라자에 대한 대부분 권리가 얀센으로 넘어간 점은 FDA 승인 이후 아쉬움으로 남았다. 유한양행은 향후 기술수출 뒤에 공동으로 연구하고, 더 많은 기술료도 얻는 조건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양행은 신약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다. 김열홍 연구개발 총괄 사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다”며 “제2의 렉라자 탄생을 위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수출해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