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공급이 부족한 비만 치료제에 한해 한시적으로 복제약을 허용한 가운데,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개발사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미 식품의약국(FDA)에 복제약 제조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위고비의 복제약 제조 과정이 복잡해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FDA에 보낸 성명을 통해 “복제약 제품에서 불순물이 발견됐으며, 이는 환자가 약물에 대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세마글루타이드 제품은 제형, 전달 방식, 투여 형태, 생체 이용률 달성, 배합 공정, 물리 화학·분석 테스트 등이 복잡한 만큼 조제가 어려운 의약품 목록(DDC)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환자들이 FDA의 승인을 받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세마글루타이드 제품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위고비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제제다.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당뇨 치료제 오젬픽으로 먼저 승인된 뒤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돼 지난해 말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도 출시됐다.

위고비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해 공급난을 겪고 있다. 2022년 8월 오젬픽에 이어 올 4월 FDA 공급 부족 목록(Drug Shortages Lists)에 추가됐다. 이 목록에 오른 의약품에 대해서는 조제전문약국(Compounding pharmacies) 또는 중소 제약사의 복제약 제조·판매가 가능해진다.

위고비의 경쟁약인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도 위고비와 같은 달 공급 부족 목록에 올랐는데, 생산량을 급속히 늘려 지난 3일 목록에서 제외됐다. 위고비는 미국에서도 공보험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의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현지 위고비 가격은 한 달 처방 기준 약 1000달러(약 138만원)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는 복제약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미국인 200만명이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복제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가가 이번 성명을 낸 데는 일라이 릴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제약 전문매체 피어스파마는 “일라이 릴리가 먼저 공급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자, 노보가 복제약의 안전성을 문제로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보의 성명 발표에 미국 약국조제연합(Alliance for Pharmacy Compounding)은 즉각 반발했다. 스콧 브루너 연합회장은 “노보는 환자의 안전을 빌미로 세마글루타이드가 FDA 공급 부족 목록에 오른 지 무려 2년 반이 지났는데 제조 과정의 복잡성을 문제로 들고 있다”며 “노보의 요청은 과학적인 근거보다 수익을 위한 절박한 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