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인 애브비가 진행성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는 해당 의약품의 연매출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병이지만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떨어진 도파민을 보충해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여러 해외 대형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는데, 애브비가 사실상 처음이자 유일한 치료제를 내놓은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7일(현지 시각) 애브비의 자회사인 세레벨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진행성 파킨슨병 치료제인 바이알레브(Vyalev)의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애브비는 바이알레브의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1조3799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알레브는 레보도파·카비도파의 복합 성분의 피하 주사제로, 성인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의 운동 변동성 치료를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다. 24시간 동안 지속해서 약물을 투여하도록 개발됐다. 현재 35개국에서 승인됐으며, 애브비는 이날 세계적으로 환자 4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 부위에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이 감소하면서 떨림, 경축, 보행장애 등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물질은 레보도파로,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마도파의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의 농도를 높여주는 원리로, 증상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내성과 운동 장애 유발 등 부작용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 차세대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이유다.
레보도파가 개발된 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신약 개발 소식이 나오지 않았던 건 높은 난도 때문이었다. 그동안 로슈, 바이오젠, 세이지 등 대형 제약사들이 개발에 나섰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미국 바이오젠과 앱팅스는 주요 임상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하면서 개발을 포기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세이지가 임상 2상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뒤 개발을 중단했다.
애브비도 이번 승인을 받기까지 두 번의 실패를 겪었다. 지난해 3월 FDA는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은 인정했지만, 바이알레브의 피하 펌프 장치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서 승인을 기각했고, 올 6월에는 재승인 요청에는 바이알레브 제조를 담당하는 제3자 시설 실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반려했다.
루팔 타카르(Roopal Thakkar) 애브비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이번 승인에 대해 “진행성 파킨슨병 환자는 질병이 진행되면서 운동 변동을 관리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일 어려움을 겪는다”며 “24시간 지속적인 바이알레브 투여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들이 운동 증상을 조절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신약개발은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메디헬프라인이다. 후보물질인 WIN-1001X는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며 도파민 분비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첨단의료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돼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카이노스메드(284620)도 미국에서 KM-819의 2상을 진행 중이며, 대웅제약(069620)과 한올바이오파마(009420)는 미국 뉴론 파마슈티컬즈와 공동 개발 중인 물질의 2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펩트론(087010), 디앤디파마텍(347850), 부광약품(003000)은 임상 2상 시험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부광약품은 1차 지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2상 하위분석을 통해 임상자료를 보강한 뒤 기술 이전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