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맞아야 하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단 1회 접종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모식도./위키미디어

2~3회 주사 맞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1회 접종으로도 예방효과가 비슷하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 결과가 나왔다. 접종 횟수를 줄이면 비용이 줄어 그만큼 백신을 맞을 사람이 늘 수 있다. 한 번이라면 효과가 더 좋은 고가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반면 백신 제조사는 접종 횟수에 따른 예방효과를 정확히 비교하려면 실제 접종자를 대상으로 10년 이상 관찰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캐나다 라발대 의대 연구진은 “자궁경부암 백신 1회 접종과 2회 접종한 환자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아냈다”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캐나다의사협회지’에 실렸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암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일생 동안 1번 이상 HPV에 감염된다. 대부분 2년 안에 증상 없이 지나가지만, 10% 이하는 더 오래 지속되거나 암으로 발전한다.

다행히 다른 암과 달리 자궁경부암은 백신이 있다. 미국 머크(MSD)의 가다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이다. 둘 다 바이러스가 몸에서 증식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CDC에 따르면 이들 백신이 HPV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는 81~88%에 이른다.

라발대 연구진은 캐나다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85%로 높은 퀘벡주와 낮은 온타리오주(65%)를 대상으로 1회 접종과 2회 접종하는 경우를 가정해 예방 효과 차이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연령과 성별, 성생활 등을 토대로 HPV 감염과 백신 접종 후 예방 효과를 수학적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2회 접종에 비해 1회 접종 시 자궁경부암 100년간 예방 효과가 단 3%포인트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1회 접종만으로도 자궁경부암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백신을 2~3회가 아닌, 1회만 맞도록 하면 백신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궁경부암 1건을 예방하는 데 통계적으로 필요한 백신은 1회 접종시 800~1000개이지만 2회 접종시에는 1만 개나 된다.

연구진은 다른 백신에 비해 고가인 자궁경부암 백신은 접종 횟수를 줄이면 그만큼 중·저소득 국가에서 백신 접종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연구진은 여성만 2회 접종하기보다는 남녀 모두에게 1회씩 맞는 것이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 데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남성도 HPV 감염으로 인해 목젖 뒤에 생기는 구인두암에 걸릴 수 있는 만큼 남녀 모두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한다.

현재 대부분 국가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2회 접종하고 있으며, 영국과 호주, 캐나다는 1회 접종만 하고 있다. 한국은 12~17세 여성 청소년만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14세 미만은 2회, 14세 이상은 3회 접종한다.

백신 제조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실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비교 분석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한국MSD 관계자는 “백신의 효과를 보려면 면역력이 생기는지, 몸에 안전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지 세 가지를 봐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를 정확히 비교하려면 2회 맞은 사람과 1회 맞은 사람을 최소 10년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소득 국가임에도 영국과 호주, 캐나다가 접종 1회만 권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 국가는 여성 40%, 남성 10% 미만만 접종하는 한국과 달리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남녀 합쳐 60~70%나 된다”며 “국내에서 접종 횟수를 1번으로 줄이기에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가 너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9가 백신 '가다실9' 제품./한국MSD

참고 자료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2024), DOI: https://doi.org/10.1503/cmaj.240787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16형과 18형 2가지를 예방하며(2가), 가다실은 이들 유형을 포함해 항문생식기암을 일으키는 6형과 11형까지 예방한다(4가). GSK는 최근 자궁경부암 고위험군에 속하는 5가지 유형을 더한 9가 가다실까지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