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뉴스1

한미사이언스(008930)는 계열사인 한미약품(128940)에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30일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너 일가의 차남인 임종훈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다. 이번 임시주총 요구는 임종훈 대표와 장남 임종윤 대표로 이뤄진 형제 측과 모녀 측인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사이 경영권 분쟁 중 나온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지주사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임시주총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새로운 이사로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추천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 요구는 박재현 대표가 지난달 말 한미약품에 인사·법무팀을 신설하고 독립경영을 선언했던 것과 이어진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가 내부혼란을 일으켰다고 보고 이사 해임과 모든 결과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이자 한미그룹의 지주사로서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박 대표는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은 버려둔 채로 당사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사이언스의 경영상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나 이를 옆에서 부추긴 이사를 전면 교체하고, 그동안 묵묵히 한미그룹에서 경험을 쌓고 각 부문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온 명망 있는 분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모셔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이 임시주총을 소집하지 않을 경우, 두 회사는 법적 절차에 돌입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지주사 체계 출범 후 지주사가 인사, 회계, 법무, 총무 업무를 계열사에 지원하는 형태로 성장해왔는데, 충분한 검토나 논의를 생략한 채 난데없이 명령을 수행하듯 본인 명의로 인사발령을 냈다”며 “전문경영인이 아닌 특정 대주주만을 위한 하수인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박 대표 취임 후 행적을 보면 전문경영을 한 게 아니라 OCI에 매각 건을 포함해 특정 대주주의 충실한 꼭두각시 역할만 했다”며 “말로는 R&D와 독립경영을 내세우지만, 결국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구성원과 주주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매우 심각한 해사(害社) 행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미약품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 요구를 두고 ‘독재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 요구 이후 입장문을 내고 “임시주총 소집은 주주의 권리”라면서도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에서 당사의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하는 등 비상식적인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특정 대주주의 하수인’ 등과 같은 주관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남발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주사(한미사이언스)가 사업회사(한미약품)를 상대로 업무방해와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