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 중인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정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도 자살 충동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만큼, 비만 치료제의 정신적 부작용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새로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몬루나반트에 대한 임상 2a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몬루나반트는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해 캐나다 인버사고 파마(Inversago Pharma)를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에 인수하면서 개발을 시작한 약물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몬루나반트를 용량에 따라 10㎎, 20㎎, 50㎎로 나눠 가짜 약을 먹는 참가자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몬루나반트는 먹는 형태의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몬루나반트는 신진대사와 식욕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카나비노이드1(CB1) 수용체를 차단하는 원리로 체중을 줄인다.
임상시험 결과, 몬루나반트 10㎎을 16주 동안 복용한 참가자들은 체중이 평균 6.4% 줄었다. 기존에 개발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와 비교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가 임상 1상을 완료한 먹는 비만 치료제 아미크레틴은 알약 100㎎를 복용한 참가자의 체중이 12주 만에 13.1% 줄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더 높은 복용량인 20㎎과 50㎎ 시험에 대해선 “제한된 추가 체중 감량이 관찰됐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몬루나반트의 복용량을 늘리면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몬루나반트를 복용한 사람은 용량에 따라 가볍거나 중등 수준의 불안, 과민성, 수면 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다만 이번 임상에서는 심각한 이상 반응은 없었던 만큼, 내년에 대규모 임상 2b상을 실시한다고 노보 노디스크는 설명했다.
몬루나반트 같은 CB1 수용체 저해제는 정신적 부작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던 약물이다.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의 CB1 수용체 저해제인 리모나반트가 대표적이다. 리모나반트는 비만 치료제로 개발돼 2006년 ‘아콤플리아’라는 제품명으로 유럽 허가를 받았지만, 정신질환 유발 문제로 2009년 허가가 철회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사제인 위고비를 대체할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약물 복용이 쉽고, 공급 문제의 원인인 일체형 주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먹는 비만 치료제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몬루나반트 임상시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이날 5%나 떨어졌다.
업계는 특정 약물의 부작용이 아니라 비만 치료제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비만 치료제가 우울감을 높이고,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적 부작용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베로나대 정신과 연구팀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전체 부작용 3만527건 중 자살 관련 사례가 107건(0.35%)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사례자 중에는 자살 시도와 자살 충동으로 사망에 이른 사람도 있었다. 당시 노보 노디스크는 “(자살 충동) 위험과 관련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 제품 라벨에 반영했다”며 “치료 안전성을 감시하기 위해 규제기관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