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뉴스1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전공의 신상을 공개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유포했다가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돕기 위한 의사들의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정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메디스태프는 의사 면허번호를 인증해야 활동할 수 있다.

정씨는 지난 7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와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의 실명과 연락처, 출신 학교 같은 신상 정보를 담은 ‘감사한 의사’ 명단을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에 대한 모금 인증 게시물은 의사 커뮤니티에 수십 개가 올라왔다. 게시물 1개당 1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틀간 모인 금액은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를 두둔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2차 피해도 이뤄지고 있다. 한 게시글은 “일제강점기 때도 동료를 팔아 자신만 잘 먹고, 잘 산 매국노들이 있었다”며 “너네(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전공의) 때문에 숭고한 독립투사 한 명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배포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며 “의사 집단을 범죄자 집단으로 여겨지게 할 뿐”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