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센다 1펜(개) 팔아요. 유통기한 넉넉하고, 미개봉입니다. 6만원입니다.삭센다 2펜 26일 거래 가능. 개당 8만원이고, 미개봉 새것입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다음 달 한국에 상륙하는 가운데, 먼저 국내에 출시된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의 불법 유통이 횡행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공급하는 비만 치료제 양이 제한적이다 보니 의사 처방 없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약을 사고파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 위고비 출시가 이뤄지는 만큼, 불법 유통 감시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삭센다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미용 목적의 수요가 많은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7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세컨웨이와 네이버 카페 같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점검한 결과, 의사 처방이 없는 전문의약품(ETC) 거래가 15건 적발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적발 건 중 비만 치료 주사제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제품은 삭센다로 파악됐다.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삭센다 미개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관련 게시글이 여럿 나타났다. 게시글 작성자들은 삭센다를 투여하다가 남았거나, 자신의 체질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삭센다를 되팔았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삭센다를 미용 목적으로 구하는 사람들에게 구매 통로가 된 것이다. 심지어 비만 치료제를 이용해 다이어트(체중 감량)를 하는 사람이 모인 커뮤니티가 따로 있을 정도다.
위고비는 다음 달 국내 출시와 동시에 삭센다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가 먼저 출시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국내 삭센다처럼 불법 유통과 가짜 복제약이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위고비 불법 유통과 복제약이 늘어나자 기관 차원의 경고문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선 임의로 위고비와 오젬픽을 과다투약하면 안 된다고도 경고했다.
불법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약물 부작용이다. 최근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을 밝히는 연구 논문은 대부분 불법 유통을 염두에 둔다. 지난달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이탈리아 베로나대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위고비나 오젬픽의 불법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자살과 같은 부작용에 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장폐색과 관련된 부작용을 약물 설명서에 추가하기도 했다. 단순한 다이어트약으로 생각하고 오남용했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외 췌장염과 신장 기능 저하, 담낭 질환, 저혈당 등도 위고비의 부작용으로 보고돼 있다.
미국에서는 위고비의 무분별한 개인 불법 거래를 막고자 노보 노디스크 미국 법인이 전용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위고비와 오젬픽을 FDA의 취급 승인을 받은 곳에서만 판매하도록 조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위고비 국내 출시를 앞두고 불법 유통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식약처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 업체들과 공조해 위고비, 오젬픽 같은 비만 치료제를 금칙어로 설정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불법 유통 문제가 심해질 경우 추가적인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만 치료제 개인 간 거래 게시물을 계속 점검해 신속하게 게시물 삭제 요청 같은 조치를 하고 있다”며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사와 긴밀하게 협업해 금칙어 설정과 자율 모니터링 강화, 게시자 제재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