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오는 10월 중순 한국에 출시된다고 발표되자 국내에서는 얼마에 판매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판매 가격이 높으면 도중에 투여를 중단하기 쉽다. 그러면 다시 체중이 늘어 그동안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소를 목적으로 의사 진단 없이 투여하면 부작용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한국 법인인 노보 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될 위고비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이며 판매 가격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시된 비만 치료제도 모두 비급여다.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비급여 치료제는 병의원마다 부르는 값이 다르다. 위고비도 마찬가지다. 제약사도 보건 당국과 의약품 가격을 논의·협상하지 않고 출시할 수 있다.
수요가 가장 큰 미국에서 위고비 한 달 기준 가격은 약 1350달러(약 180만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체중 감량 비결로 알려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노보 노디스크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서 위고비 한 달 처방 약값은 약 45만원,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일본은 약 37만원으로 국가마다 가격 차이가 있다.
회사는 각국의 의료 체계와 사·공보험 제도가 달라, 각국의 사정을 고려해 판매가격을 달리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국내에서 위고비가 비급여로 판매되기 때문에 일본보다는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줄이며 포만감을 높인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제약이 위고비 개발 전 출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는 국내에서 한 달 투여 기준 20만~30만원으로 판매됐다. 삭센다는 위고비와 같은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 주사제이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주사하고, 삭센다는 매일 한 번 투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의약품이지만,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쪄 체중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JAMA) 네트워크’에 2021년 3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위고비를 20주 투여한 참가자들은 체중이 평균 10.6% 감소했다. 무작위 배정 후 위고비 처방 치료를 48주간 지속한 치료군은 체중이 7.9% 더 줄었으나, 같은 기간 위고비 치료를 중단하고 위약으로 전환한 위약군은 빠졌던 체중이 6.9% 회복됐다.
현재까지 치료 중단 시 살이 다시 찌는 이른바 ‘요요 현상’을 해결한 치료제는 없다. 건강관리데이터 업체 트루베타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공동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 결과,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는 절반 이상이 위고비 또는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를 투여한 지 1년 이내에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 투여를 중단했다. 그러자 3분의 1이 요요 현상으로 체중이 증가하고 투여를 재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29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실렸다.
위고비는 의사에게 처방받아야는 전문 의약품이다. 국내에서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이상인 비만 환자와 BMI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 BMI 27 이상 과체중인 사람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도 쓸 수 있다.
위고비는 오남용 우려가 커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삭센다가 처음 국내에 나왔을 때 비만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고비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로 위장관 관련 문제로 구역질·구토·설사·변비·복통 등의 증상이 일반적이다. 드물게 췌장염, 저혈당증, 갑상선 종양,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오남용은 불법 유통을 부추길 수 있다. 삭센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자, 불법 판매업자도 기승을 부렸다. 이들 업자가 합법적인 방식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가격을 더 붙여 불법으로 유통 거래하는 행태도 보였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도 시장의 관심이 큰 의약품이라 유사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위고비 모조품이 거래되는 문제도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