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먹는 비만 치료제는 단기간에 몸무게를 최대 13% 줄여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비만 치료 주사제보다 효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장관을 중심으로 경·중증도 부작용도 발견돼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해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는 10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당뇨병연구협회(EASD) 연례 회의에서 먹는 비만 치료제 아미크레틴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3월 아미크레틴 임상시험 결과를 자체적으로 보고했는데, 이번엔 당뇨병 관련 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아미크레틴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주사제와 달리 먹는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약효 성분도 더 추가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이지만, 아미크레틴은 GLP-1 유사체에 아밀린 유사체를 더했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식욕조절에 관여한다.
임상시험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당 25~39.9㎏이고 당뇨병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대 12주 동안 아미크레틴과 가짜 약을 먹는 집단을 무작위로 선별했다. 아미크레틴을 복용하는 참가자들은 복용량에 따라 1~25㎎, 2~12㎎, 3~100㎎ 집단으로 나뉘었다.
임상시험 최대 용량인 50㎎ 알약 두 개, 총 100㎎을 복용한 참가자는 12주 뒤 몸무게가 13.1% 줄어 가장 효과가 좋았다. 이외에 아미크레틴 50㎎를 복용한 참가자는 12주 이내에 체중이 평균 10.4% 줄었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는 치료 기간이 끝나고도 참가자들의 체중 감소가 정점에 달하지 않은 만큼, 장기간 사용 시 비만 치료가 더 높을 것으로 봤다.
아미크레틴 임상 1상 결과는 먹는 비만 치료제가 주사제를 제치고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고비는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68주 동안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아미크레틴은 그보다 비만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공급 문제의 원인인 일체형 주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먹는 비만 치료제로 경쟁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를 포함한 위장관 부작용이 경증과 중증도로 나타났다. GLP-1 유사체는 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10년 이상 사용됐지만, 아밀린 유사체는 안전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GLP-1 유사체 약물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정신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정제 형태로 GLP-1과 아밀린을 표적으로 삼아 비만인에게 편리한 접근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약물 안전성과 잠재력을 완전히 평가하기 위해선 더 큰 규모로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