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이 9월 4일 오후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경로다. 담즙은 소화를 돕는다. 담도암이 발생하면 담도가 막혀 폐쇄성 황달이 발생하고 염증을 비롯한 각종 합병증이 생긴다. 담도암의 생존율은 20~30% 수준으로, 췌장암과 함께 생존율이 매우 낮은 암으로 꼽힌다.

박준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담도암이 상대적으로 서양보다 동양에 많이 발생하다 보니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며 “신약이 개발되지 않아 30년간 치료법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면역항암제가 담도암에도 치료 효과를 내면서 환자들에게 새 희망이 되고 있다. 3세대 항암치료로 분류되는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략하지 않고 인체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해 암을 치료하는 약이다. 항암제는 크게 1~3세대로 분류하는데, 1세대는 화학합성약이다. 화학 항암제는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해 간 독성 등 부작용이 심하다. 2세대 항암제는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만 공략하는 표적치료제이고, 3세대는 바로 현재 대세가 된 면역항암제다.

박 교수는 “면역항암제가 30년간 멈춰있던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현재 학계와 기업이 다양한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치료 환경이 더 개선되고 환자 생존율도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계와 기업의 연구와 개발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게 질병 치료와 극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담도암은 왜 생기나.

“유전, 당뇨, 간염, 비만, 술, 담배 등 발병 원인이 다양하다. 기생충인 간흡충 감염도 담도암의 원인 중 하나다. 효과적인 구충제 사용과 식이습관의 변화로 간흡충 감염에 의한 담도암의 발생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최근 담도암 발병의 특징은 뭔가.

“담도암은 주로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 요즘 서구권에서도 음주로 인해 당뇨병 등 여러 대사성 질환과 함께 담도암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다. 서구 의학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담도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담도암 관련 치료제나 임상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담도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예후(질병 경과 예측)가 좋은 암들은 일단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 진단이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담도암은 예방법도 없고 조기 진단도 어렵다. 해부학적 특징상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바이오마커(생체 지표) 등을 통해 조기 진단하는 방법도 없다. 담도암의 대표 증상이 소화 불량, 황달인데 위험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대부분 진단이 돼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종양 제거 수술도 어려운 건가.

간에서 담즙을 보관하는 부위인 담낭은 비교적 수술 방법이 간단하다. 하지만 담도는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암이 진행된 경우 수술 범위도 크다. 이런 경우 합병증도 많이 발생해 치료가 까다롭다. 담도암으로 인해 담도가 쉽게 막혀 폐쇄성 황달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몸에 있는 균들이 문제를 일으켜서 급성 담도염과 같은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다. 수술, 항암치료 등 치료 과정 속에서 담도염처럼 감염이나 염증이 많이 생기다 보니 치료하기 어렵다.”

–담도암 치료 신약이 적다고 한다.

“우선 수술할 수 있는 담도암 환자가 적은 데서 오는 한계점도 있다. 의학 연구자들은 수술을 통해 얻은 암 조직을 통해 중개연구를 진행하는데, 수술 가능한 환자가 적다 보니 연구할 수 있는 조직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담도암이 상대적으로 서양보다 동양에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은 관심이 적어 치료제 개발 순위에서 밀렸다.”

–담도암 치료법에는 어떤 한계가 있었나.

“예를 들면 화학요법 항암제 중 하나인 젬시타빈이 1980년대 말부터 췌장암에 사용됐는데, 담도암에서는 1990년대 말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면역항암제가 허가를 받기 전까지 최근까지도 젬시타빈 외에 담도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약제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담도암 항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약제들이 나오고, 정밀의료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큰 의미가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담도암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제다. 기존 치료법인 항암 화학요법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이상반응이 적고 약제의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키트루다는 미국 머크(MSD)가 지난 2014년 출시한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다. 지난 4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담도암 치료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간단히 말하면 수술이 불가한 담도암 환자에 키트루다를 기존 화학요법 약물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병용해 투여하는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담도암 환자 상황에 따라 수술이나 화학요법, 면역항암제 단독요법, 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을 고려해 적용할 수 있게 돼 치료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면역항암제 등장이 어떤 의미가 있나.

“면역항암제가 크게 주목받은 큰 계기가 바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키트루다 치료로 뇌까지 전이된 흑색종이 완전 치료 판정을 받은 것이다. 면역항암제 개발 원리를 제공한 일본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로 인해 폐암, 흑색종, 신장암 등 암종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료 효과가 개선됐다. 담도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별 다른 치료 옵션이 없었다.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는 담도암 환자들은 이미 더 이상의 치료 옵션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일부 환자에서는 굉장히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예전에는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4기 담도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3~4개월 수준이었는데, 키트루다를 투여한 일부 환자에서는 6개월 이상 생존하는 등 유의미한 생존기간 개선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이성 담도암 1차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12.7개월로 기존 항암화학요법 10.9개월을 넘어섰다.”

–생존기간이 크게 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몇 개월의 개선이라는 차이가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mOS가 약 13개월이라는 의미는 남다르다. 환자 100명을 줄을 세우면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13개월 생존했다는 의미다. 다르게 말하면 절반의 환자는 13개월보다 더 오래 생존한다고 볼 수 있다. 생존율 증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반응 지속 시간이다.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연구에서 생존곡선을 살펴보면, 소수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생존하는 환자들이 있다. 현재 항암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음에도 약 4년째 재발하지 않고 상태를 잘 유지하며 살아 계신 분도 있다. 이를 롱테일 효과(long tail effect)라고 한다. 즉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치료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환자들이 동일한 정도로 좋은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내 담도암 치료 환경이 앞으로 더 나아지려면.

“일단 최신 임상 연구 결과들이 빠르게 도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담도암이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다 보니, 한국 연구자들이 담도암 임상시험과 치료 환경 개선에 굉장히 많은 기여를 했다. 환자들도 많고, 연구에 헌신하는 연구자들이 많아 좋은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확인한 좋은 치료제들이 빠르게 도입돼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됐으면 한다.”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어떤 일을 하나

“대한종양내과학회(KSMO)는 미국종양학회(ASCO)·유럽종양학회(ESMO)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연구진이 일방향적으로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중 국내 종양내과 의사들의 임상, 연구 역량이 올라가면서 ASCO나 ESMO에서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연구들도 많아졌다. 특히 국내 환자가 많은 위암, 췌장암, 담도암에서 역량이 뛰어난데, 이를 바탕으로 양방향 협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매년 리더십 미팅을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9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KSMO 국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이 행사에 ASCO와 ESMO 학회장들도 방한해 이들 학회와의 조인트 심포지엄 세션이 예정돼 있는 등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KSMO 이사장으로서 앞으로 계획은

“젊은 연구자들이 더 뛰어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젊은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임상, 의과학 연구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임상 연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매년 가을에 ‘항암치료의 날’ 행사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학회에서 준비해 암 환자들을 위로, 응원하는 시간을 가지고, 올바른 암 정보들을 전달하고 교육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또한 공식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일부 동영상은 ASCO, 미국암협회(ACS)와 협력해 환자 정보 플랫폼(cancer.org)을 통해 영어 자막과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