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퇴행성 질환인 무릎관절염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연어주사’ 또는 ‘DNA주사’라 불리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주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에 무릎관절염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맞았던 ‘연골주사’와 ‘뼈주사’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는 평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이 PN 주사의 본인부담율을 높이고 급여제한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정형외과계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의 선택권을 빼앗았다”며 반발했다.
◇연골주사보다 덜 아프고 효과 좋아, 뼈주사보다 안전해
PN주사는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성분(PN)으로 만든 주사제다. 이 성분은 항염증 효과가 있고 각종 성장인자가 분비되도록 촉진해 조직이 빨리 재생될 수 있도록 한다. 즉, 몸에 난 상처를 빠르게 낫게 하는 재생 효과가 있다. 파마리서치의 콘쥬란과 대원 아티풀, 유한 큐어란, GC녹십자 콘로드, 환인제약 콘슬란 등이 있다.
PN주사는 국내에서 무릎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관절염은 1~4기로 구분하는데 4기를 제외한 나머지, 즉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PN주사를 투여할 수 있다.
기존에는 무릎관절염 환자들이 수술 대신 연골주사라 불리는 히알루론산 주사와, 뼈주사라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히알루론산 주사는 성분이 연골 성분이다. 이 주사를 맞으면 무릎이 부드러워지고 뻑뻑함이 줄어든다. 하지만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는 효과는 없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관절 속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성분이 몸속에 쌓인다는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맞으면 내분비적인 호르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PN주사는 이들보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호 한림대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PN주사는 원래 화상이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피부 재생을 위해 만들어진 치료제”라며 “아직까지 명확한 임상 근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릎관절염에 대해서도 다소 재생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히알루론산 주사가 ‘로션’ 격이라면 PN주사는 ‘영양크림’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김 교수는 “연골주사는 접종 부위가 병원체에 감염됐거나 알레르기 반응처럼 염증이 크게 생길 위험이 있다”며 “치료약물이 점도가 강해서 아프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PN주사는 점도가 크지 않아 통증이 적은 편”이라며 “일반 주사제를 맞을 때와 비슷한 부작용은 있을 수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스테로이드처럼 성분이 무릎에 남아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킬 위험 또한 없다”고 설명했다.
◇ PN주사에 횟수 제한 걸어... 전문가 “관절염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
그런데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선별급여 지정 및 실시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과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을 발표하며 PN주사제의 본인부담률을 80%에서 90%로 상향하고, 투여 횟수를 6개월내 최대 5회까지 제한키로 했다. 치료제의 반감기 관련 자료가 없다는 명목으로 6개월 이후 투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지난 21일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의사회는 “PN 주사는 비수술요법 중 하나로 통증을 관리하고 수술을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복지부가 급여범위 축소를 함으로써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정면으로 침해받았다”고 반발했다. 의사회는 “그 동안 PN주사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임상적 근거를 마련했고, 사용량도 증가 추세”라며 “현재의 선별급여 기준을 유지하거나 급여 기준 외 전액 본인부담으로라도 필요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준호 교수는 “PN 주사를 6개월 동안 5번만 맞고 말라는 것은 정부가 관절염이라는 질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절염은 한번 안 좋아지면 다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진행되는 병”이라며 “고혈압, 당뇨병처럼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6개월에 2~3번 맞고 괜찮아지면 다시 6개월 뒤에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본인 부담하에라도 PN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해야 환자 증상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