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체중 감량 효과 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춰주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 위험이 높은 당뇨병 전단계나 비만인 사람이 이들 약을 투여하면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제2형 당뇨병은 혈당 수치를 낮추는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작용하지 않는 만성질환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대표적인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다. GLP-1을 흉내 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줄여 포만감을 높이는 원리다.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젭바운드는 GLP-1과 동시에 ‘위 억제 펩타이드(GIP)’를 흉내 낸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젭바운드는 두 분자를 모두 흉내 내 체중 감량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원래 각각 오젬픽,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당뇨병 치료제로 나왔다가 체중감량 효과가 밝혀지면서 비만 치료제로 나왔다.
영국 국영의료서비스(NHS)와 클리프턴메디컬센터, 덴마크 오르후스대병원, 핀란드 헬싱키대 등 공동 연구진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가 30kg/㎡ 이상으로 비만이며 당뇨병 전단계인 성인 207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당뇨병 전 단계는 영국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 기준에 따라 당화혈색소가 6.0~6.4%거나 공복혈당이 5.5~6.9mmol/L 중 하나 이상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중 138명에게는 주 1회 2.4mg씩 위고비를 투여하고 나머지 69명에게는 위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52주차가 됐을 때 위고비를 투여한 그룹은 체중이 13.9%, 위약 그룹은 2.7% 감소했다. 또한 위고비 그룹의 81%, 위약 그룹의 14%가 정상혈당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가 당뇨병 전단계 성인에서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회복해 당뇨병 발생 위험도 낮춘다는 의미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랜싯 당뇨병·내분비학’에 실렸다.
지난 15일에는 티르제파타이드가 주성분인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도 체중 감량과 당뇨병 발생 위험 감소 효과를 더 크게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버풀대와 덴마크 올보르그대 공동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성인 1만3846명을 대상으로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맞는 그룹을 나눠 비교했다.
1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젭바운드를 투여한 그룹은 위고비를 투여한 그룹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훨씬 컸다. 또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27% 더 낮았다.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에서 연구진은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뇌경색 발생 위험을 55%,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46% 더 낮추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랜싯’ 15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체중을 1㎏ 감량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16% 가량 감소한다”며 “젭바운드는 위고비보다도 체중 감량뿐 아니라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까지 낮추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들 비만치료제가 자살 사고나 자살 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됐다. 다만 영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자살 사고나 자살 시도를 부추긴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과체중, 비만이 있거나 당뇨병 환자가 이들 약으로 치료를 받으면 자살 사고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Lancet Diabetes&Endocri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S2213-8587(24)00182-7
Lancet(2024), DOI: https://doi.org/10.1016/j.eclinm.2024.102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