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의 폐암 치료 신약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으며 한국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기술을 이전받은 존슨앤존슨(J&J)이 상용화를 마친 뒤 매년 최대 3000억원 수준의 로열티를 받을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제2의 렉라자’를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유한양행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렉라자 FDA 승인 이후 경영 방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욱제 대표와 김열홍 사장, 이영미 부사장, 오세웅 부사장, 임효영 부사장, 이병만 부사장이 참석해 렉라자 개발 과정과 미래 연구개발(R&D) 계획을 소개했다.
렉라자는 국산 신약 31호로, 한국 항암제가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돼 FDA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조욱제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렉라자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며 “좋은 약을 만들어 인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유한양행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미국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정맥주사제와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다. 먹는 치료제로, 하루 80㎎씩 3알을 복용하면 된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하는데, 전체 폐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비소세포폐암이다. 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는 데다,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작아 조기 발견이 더 어렵다.
렉라자는 먹는 3세대 폐암 치료제다. 3세대 항암제는 방사선·화학요법인 1세대 항암제와 암세포만 공략하는 표적하는 2세대 항암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된 치료제다. 특히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원인인 폐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신호전달을 방해한다. EGFR의 변이로 일어나는 과정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원리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앞으로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3상 결과,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표준 치료제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보다 사망 위험이 30% 낮았다. 무진행생존기간을 놓고 봤을 때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23.7개월, 타그리소는 16.6개월로 사망 위험이 30% 더 낮다.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중간 지속 기간은 타그리소보다 9개월 더 길었다. J&J는 타그리소가 지난해 전 세계 매출액을 고려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매출이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렉라자 개발·판매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이전했다. 기술 이전 계약 규모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렉라자 기술을 이전하면서 현재까지 계약금 5000만 달러(약 670억원), 개발 단계별 기술료 1억 달러(약 1340억 원)를 받았다. 마일스톤과 별도로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상용화되면 전 세계 판매액의 최소 10%의 로열티를 받는다. 여기에 기술을 도입했던 오스코텍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빼면 한 해 유한양행은 렉라자로 최대 3000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연구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 ‘제2의 렉라자’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대표 파이프라인으로는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가 있다. 조 대표는 “또 다른 렉라자 탄생을 위해 R&D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바이오텍, 학계와의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열홍 연구개발 총괄 사장은 “매년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다”며 “올해는 25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의 렉라자 탄생을 위한 후보물질을 도입할 것”이라며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수출해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